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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경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사쿠아란 곳에서 일식집을 운영하시는 형님께서 잠깐 우리 집에 들르셨습니다. 함께 와인 한잔 하면서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낮 장사가 과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함께 걱정을 나눴습니다. 하긴,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식당가서 밥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이야기하자면 불문가지입니다. 식당이야말로 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일하는 브로드웨이, 그러니까 시애틀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북적거리는 곳에서조차 문 닫고 나가 떨어지는 식당들이 한두개가 아닌 시점입니다. 그만큼 바깥에서 밥 사먹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거지요. 하긴 저도 도시락 싸가지고 다닌 지 오래 됐으니... 한달에 두어 번쯤 있었던 우체부들의 회식도 그만한 시간동안 없었지요.
무엇보다 가장 확실하게 현재 경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아침에 출근할 때 차량들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통해서입니다. 과거 휘발유값이 갤런당 5달러를 홋가할 때는 기름값이 비싸서 그랬다 쳐도, 각급 학교들이 개학하고 대학들도 개강한 지금 원래 한 시간하고도 15분 정도가 더 걸리던 통근시간이 45분 도 아닌, 30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차량들이 많이 집에서 쉰다는 것이고, 그만한 인력들이 미취업중이라는 것을 뜻할 겁니다. 대신 버스는 예전보다 꽉 차서 다닌다는 것도 보이는데, 자기 차를 집에다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지요.
시애틀 시와 그 인근을 감싸고 있는 행정 조직인 킹 카운티(우리나라의 군 정도에 해당한다고 할까요?) 에서는 공원 서비스와 유기동물 보호 서비스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세금도 걷히지 않고, 그 때문에 공무원 조직도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지금 경기 지표들이 반등세를 보인다는 소식이 무색합니다. 미시경제 영역에서는 아직도 죽는다는 소리들만 들립니다. 그것은 성장을 할 수 없는 경제 구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나마 미국 정부에서 직접 나서 가장 큰 제조업 부문인 자동차 업계를 살리고자 중고차 매입 프로그램을 펼쳐 어느정도 자동차 업계에 도움을 주었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8천달러의 세금 환불을 준다는 정책으로 주택경기를 조금 활성화시키긴 했지만, 그런 것들이 새로운 고용 창출에 분명하게 기여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경제 호황이 그냥 반짝하고 말 거란 건 불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 빠져나간 일자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건전한 고용' 이 더 많이 되어야만, 미시경제 영역도 당연히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고용이 되어야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튼튼한 경제를 꾸리기 위해서는 일단 기업들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조건 이윤 추구'라는 원칙에서 움직이려면 경제가 오히려 살 수 없습니다. 그것은 무제한의 경쟁만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세계화'로 상징되는 자본의 제한없는 유통과 이윤창출 극대화는 고용을 감소하려는 분명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 '회사 가치'를 올림으로서 주가를 올려 주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의 배만을 불려 왔습니다. 그러나, 건전한 경제는 '노동자가 사는 경제'여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어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기서 드러나는데, 그러려면 세계화를 탈피해야 할 것입니다.
이래야 하는 이유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형태의 경제정책은 인류에게 주어진 리소스를 무한 낭비한다는 데 그 첫번째 이유가 있고, 그런 것으로 인해 경제 뿐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공존해야 할 인류가 극심한 빈부격차와 더불어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 추구의 권리들조차도 이윤 추구를 앞세운 논리의 밥이 되어 인간은 그저 생산 수단으로 전락하고 마는, 산업자본주의 초기화로 돌아가는 역사의 역행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세계 각국이 펼치는 신자유주의 정책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인간성' 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그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것에 우리 모두의 살 길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전한 노동자들이야말로, 경제의 다른 부분들도 건강하게 살린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명확한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새로운 경제 구조의 토대를 놓는 바탕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