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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13% 가량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11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야권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10% 이상 앞선 최초의 구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이런 지지율은 선거까지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예견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리서치뷰>가 지난 4일 서울지역 성인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의 ARS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대결할 경우 ‘나경원 41.0% vs 박원순 54.2%’로 박 후보가 13.2%포인트 앞섰다.
따라서 나 후보가 이 같은 격차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안일원 대표의 생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7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5775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조사(RDD 방식)를 실시한 결과, 나경원 후보 46.6%, 박원순 후보 49.7%로 박 후보가 3.1%P로 조금 앞섰을 뿐이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가 95%신뢰수준에 ±1.29%P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벌이는 것이어서 역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두 기관 중 어느 여론조사가 맞는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리서치뷰>나 <여의도연구소> 모두 RDD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도, 이처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여론조사 대상가운데 KT에 등재된 응답자의 비율차이 때문일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전화여론조사는 주로 KT에 등재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해 왔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와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최근에는 RDD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RDD 방식은 보다 폭넓은 여론을 살펴보기 위해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이들은 물론, 집 전화는 있지만 KT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LG 등 다른 회사 전화를 사용하는 이들과 휴대폰 이용자들까지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KT에 등재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적중률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같은 RDD 방식이라고 해도 KT에 등재된 응답자의 비율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KT에 등재된 유권자만 대상으로 놓고 조사하면 두 후보가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거나, 심지어 나경원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동아일보>는 지난 달 27일 1면에 나경원 44.0% 대 박원순 45.6%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두 후보간 격차가 불과 1.6%P로 사실상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25~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전화조사 방식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7%P다.
그런데 알고 보니 KT에 등재된 유권자만 대상으로 놓고 조사한 것이었다.
반면 RDD 방식으로 조사할 경우, 박원순 후보가 적게는 9%대에서 많게는 13%대까지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KT에 등재된 유권자 비율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이처럼 ‘둘쭉날쭉’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각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르게 살펴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일단 KT에 등재된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신뢰하기 어렵다.
또 같은 RDD 방식이라고 해도 KT에 등재된 유권자 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잡거나 낮춰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신뢰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KT 등재 유권자비율을 명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그 비율을 분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한번쯤은 신뢰도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리서치뷰>는 그 비율을 정확하게 밝힌 반면, <여의도연구소>는 아예 그 비율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