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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좀먹는 병역비리
대한민국은 국민이 일정한 연령이 되면 병역의 의무를 지는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국가다. 국민개병제는 국가안보에 필요한 병력을 징병제에 의해 충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엄중한 안보 현실앞에 이러한 안보소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처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경제대국의 경우 모병에 의한 직업군인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적대적 분단현실하에서 안보소요를 감당할만큼 국가 재정이 여유롭지 못한 형편상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이 통일되기 이전에는 징병제 유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징병제는 국토보위,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국가안보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 아무런 대가없이 젊음을 희생봉사토록 헌법과 하위법인 병역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적,정신적 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최소한 2년이상 군복무를 해야한다.이러한 병역 즉 국방의 의무는 국가존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교육,근로,납세의무를 포함한 4대의무중 특별히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고 빈부귀천,잘난사람 못난사람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의무를 이행토록 합리화,정당화 한다.
이처럼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까지 국방의 의무를 이행토록 하고 있음에도 학업을 통해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육의 의무,노동의 대가로 금적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근로의 의무와 달리 어렵게 번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돈이 나감으로써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성실납세를 기피하는 납세의무와 함께 한창 공부하고 사회진출 기반을 닦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젊은 청춘을 낭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훈련,작전임무 수행 과정에서 몸을 다치거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때문에 기피의 대상이 되는게 국방의 의무다.
유전면제 신의 아들, 무전현역 어둠의 자식들
이처럼 국가안보라는 대의와 개인의 사적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특수성 때문에 국방의 의무는 동서고금에서 뜨거운 화두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을 겪으면서 군에가면 곧 죽는다는 일부 부모들의 지나친 자식걱정,젊음을 낭비하고 목숨까지 잃을지 모른다는 인생의 걸림돌,불안심리에 집착하는 징집 당사자의 기피심리로 인해 크고작은 병역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소위 권력과 돈등 막강한 빽그라운드를 이용하여 군대를 빠지는 병역비리가 만연하면서 '유전면제,무전현역'이라는 신조어가 난무하고 병역비리를 개탄하는 "현역은 어둠의 자식,보충역은 장군의 아들,병역면제는 신의 아들"이라는 풍자어가 힘없는 백성들의 통탄을 대변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남자라는 이유로 이유불문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 했던 진정한 애국자, 힘없는 서민 부모들과 이들의 아들로서 젊은 청춘과 때로는 목숨까지 조국수호에 바쳐야 했던 장병들은 권력을 가진 고위층과 자식들,그리고 돈많고 힘있는 사회 지도층들의 병역비리가 터져 나올때마다 심한 박탈감과 함께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고위 공직자 인사 청문회,국회의원,대통령,지자체장등 선출직 공직자 선거시 병역문제가 등장하고 병무청 직원과 짜고 신체검사등급을 조작하여 무더기로 병역을 면제받은 '박노항 원사 사건'과 같은 대규모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병역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것을 계기로 병역비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강구되고 감시활동을 강화하였다고 하지만 2009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종 병역비리를 보면 근절되기는 커녕 고위층과 부유층 못지 않게 일반인들까지 병역비리에 가세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적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환자 바꿔치고 어깨탈구 수술하면 군대 끝
더욱 개탄스러운것은 수법이 정상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교활하고 고약하다는 점이다. 손가락을 절단하는등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없는 질병을 만들어 병역을 기피하는 수법을 넘어 희귀질병에 걸린 사람을 자신의 건강 보험증으로 진료받게 하여 진단서를 이용하는 환자바꿔치기라는 기상천외한 신종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9월16일 적발한 병역비리 사건을 보면 체포된 병역 브로커 윤모(31)씨는 2006년 1월부터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의뢰인을 모집한후 공모한 발작성 심부전증(갑자기 심작박동이 빨라지는 증세) 환자 김모(26)씨가 심장이 발작할때마다 4곳의 병원을 돌며 진료한후 자신의 건강보험 카드대신 의뢰한 신체검사 대상자의 건강보험 카드를 제출하여 병사용 진단서를 끊어 병무청에 제출하여 공익근무 요원이나 면제판정을 받도록 했다고 한다.
윤씨는 이와같은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공익요원 판정을 받은 카레이서 1명에게서 710만원을 받았으며 환자 바꿔치기 전담 신부전증 환자 김씨도 신부전증 진단서로 공익 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3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3년간 브로커 윤씨가 1980~90년대 출생자 337명과 통화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32명이 윤씨 통장에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병역연기 판정을 받은 29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공익근무 판정또는 면제판정을 받은 다른 12명과 윤씨의 도움으로 신체검사를 연기한 113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임을 밝혔다.
서울 경찰청은 22일 윤씨가 심부전증뿐만 아니라 척추,안구이상등의 질환으로도 의뢰인을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받도록한 사실을 추가적으로 밝혀낸데 이어 또다른 병역브로커 차모(31)씨도 97명으로부터 돈을 받고 신체검사를 연기하토록 도움을 준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의 서류 접수와 관련된 병무청 직원 2명을 불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전적인 수법이면서도 적발이 어려운 어깨탈구 수술로 병역을 면제받거나 감면판정을 받은 병역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도 일산 경찰서도 9월18일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203명중 현역 프로 축구선수 B씨,국가대표 배구선수 C씨,유명 프로게이머 D씨등 40여명을 소환조사 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등 40여명의 수사전담 반을 편성,수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환자 바꿔치기,어깨탈구 병역비리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있을것으로 보고 신검 재검 면제자 11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병역비리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국가 안보 망치는 병역비리 근절 끝장봐야
경찰의 병역비리 수사 확대는 당연하다. 이번 병역비리 수사가 용두사미식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2001년 병무청 파견 직원과 짜고 신체등급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127명의 병역비리 연루자가 처벌된 박노항 원사사건,소변에 약물을 투입해 신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속여 76명이 병역을 면제 받았던 2004년 '신장 질환 병역비리' 사건,돈을 받고 병역 특례자로 채용하고 근무편의를 봐주는등 병역 특례비리에 127명이 연루되어 27명이 구속되는 병역 비리 사건이 연달아 터져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럼에도 병역비리가 근절되기는 커녕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사회일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인다는건 국가존망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중대사안인 만큼 엄정한 대처가 필수다. 경찰과 검찰등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병역비리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할뿐 아니라 신체검사에서 면제판정을 받거나 공익 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전원을 대상으로 수사을 벌여 발본색원,의법조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병역비리가 확산된데는 이번 병역비리 사건에서도 드러난바와 같이 수사대상자의 60%가 강남,서초,송파등 소위 강남 부유층 공화국 출신임에서 보듯 권력층과 부유층의 책임이 큰만큼 적법한 사유없이 병역을 면제,기피한 고위 공직자,국회의원등 현역 정치인,사회 지도층을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여 전원 공직과 사회 요직에서 퇴출시켜 병역 비리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엄중한 사실을 국민일반에 각인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