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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50만명을 대량학살한 반인륜 범죄 킬링필드
지난 6월27일 캄보디아에서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된 세기의 재판이 닻을 올렸다. 1975~79년 집권 4년동안 자국민 170~200만명을 학살한 크메르 루주 정권핵심 고위인사 4인방에 대한 이른바 킬링필드 전범재판이다. 이날 재판은 1945년 11월20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이래 세계인의 주목속에 재판이 개시되어 특히 관심이 높았다.
유엔이 그동안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설치한 유엔 국제전범 재판소 법정에는 크메르루주 정권이 붕괴된지 32년만에 학살 주범으로 지목된 크메르루주 정권의 2인자였던 누온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85),키우삼판 전 국가주석(79),이엥사리 전 외교장관(85)과 이엥티리트 전 내무장관(79,여)부부등 4명의 피고인이 불려 나왔다.
그러나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세기적 재판에도 불구하고 이날 개시된 특별 법정의 풍경은 수백만명을 학살한 인간 도살자에 대한 재판임에도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피고인들은 대량학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모습과 태도가 딴판이었다. 수갑을 차지않은 자유스런 모습에 죄수복도 입지 않았다. 명품에 가까운 깔끔한 복장에 곱게 늙은 노인네들이었다.
특히 누온체아 전 부서기장은 선글라스에 무더운 기후와 어울리지도 않은 털모자까지 쓰고 나와 히죽대기까지 하였다. 이들은 1998년 병사한 정권 제1인자 폴포트와 함께 농업중심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는 목표아래 사유재산제도 폐지,공장,병원,은행,학교폐쇄,화폐퇴출등 자본주의식 제도와 기관,시설을 파괴하였다.
아울러 어른들은 자본주의에 오염되었으므로 어린이들이 새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며 어린이들에게 동물 죽이는 연습을 시켜 어른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데 앞장 세웠다. 도시인들을 시골농장으로 대거 몰아내고 안경을 썼거나 손이 하얀 어른들은 지식인으로 몰아 한꺼번에 수만명씩 대량 학살하였다.
이렇게 학살한 희생자들을 한꺼번에 수천~수만명씩 집단 매장하는 상상을 초월한 천인공노할 참혹한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하였다. 이러한 집단 대량학살에 직접 간여한 사실이 드러나 이들 4인방은 반인륜 범죄,집단학살,전쟁범죄,고문살해,종교박해등 혐의로 기소되었다.
킬링필드 전범재판 인류정의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그러나 이들 전범 4인방에게서 양심의 가책을 받거나 죄의식을 느끼는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큰소리 치면서 궤변으로 일관하였다. 특히 누온체아는 법정이 개정된지 30분도 안돼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들이 배제 됐다며 "기분이 나빠 재판을 받을 수 없다. 변호인단이 상황을 설명해줄것" 이라는 말을 남기고 멋대로 법정을 나가 수감시설로 돌아가 버렸다.
폴포트의 매제인 이엥사리도 1996년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으로 부터 투항을 조건으로 사면을 받았기 때문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재판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 같이 되뇌이다 부인 이엥트리트(폴포트 여동생)와 함께 퇴정해 버렸다.
반인륜적 집단학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누온체아,외국에 나가있던 외교관들의 귀국을 종용하여 귀국할 경우 처형장으로 보냈던 이엥사리 부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상징적인 국가주석이었을뿐 실권이 없어 대량학살에 간여할 위치가 아니었다는 키우삼판,하나같이 무죄를 주장하고 사면까지 들먹이며 재판을 코메디 굿판으로 몰아 부치고 있는 것이다.
전범들이 이처럼 무혐의를 주장하면서 큰소리치는 모습으로 미루어 볼때 이들에 대한 엄정한 법적심판은 고사하고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지 조차 의심스럽다.이들이 이처럼 당당한 자세로 나오는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기소한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수집이 완벽하지 못한점도 그렇지만 현 캄보디아 정부 실권자인 훈센총리 역시 크메르 루즈 정권당시 지휘관을 역임한 전력이 있는데다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도 당시 크메르루주 정권 집단학살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한데 이어 이들에 대해 사면을 해준 탓에 전범재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훈센총리가 기회 있을때마다 국민화합을 내세워 '과거는 구덩이를 파고 묻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것도 걸림돌이다. 이러한 캄보디아 내의 복잡한 상황도 그렇지만 특별재판소 수사검사와 수사판사간의 갈등도 재판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영국인 수사검사 앤드루 케일리는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며 크메르 루주 군사 지도자 2명을 추가 기소하려 하는데 반해 독일인 수사판사 지크브리트브룸크는 수사확대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판사측이 수사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데 대해 수사검사 케일리가 "수사 판사가 사건을 묻으려 한다"고 폭로하면서 법정 내부 싸움으로 비화된것이다.자신이 재판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된 블룸크 판사가 케일리 검사를 법정 모독죄로 다스리겠다고 역공을 펴자 역사적 재판에 참여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특별법정에 합류했던 5명이 짐을 싸서 귀국해버렸다.
검판사 싸움으로 특별법정이 엉망이된 상황하에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수 없음은 불을보듯 뻔하다. 학살사건이 저질러진지 30여년이 넘어 캄보디아 인들의 관심도도 낮은데다 훈센총리가 공공연히 더 이상의 추가 재판이 이루어질 경우 내란발생등 국가의 불안정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에서 법정까지 싸움으로 어수선해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킬링필드 전범 재판이 검판사간 불화로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하에서 우리나라 현직 법관이 ‘킬링필드’의 국제재판소의 재판관에 임명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대법원이 6월 30일 밝힌바에 따르면 정창호(44·사법연수원22기)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캄보디아 특별재판소(Extraordinary Chambers in the Courts of Cambdia) 재판관에 임명된 것이다.
이로써 정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법조인으로서 UN이 설립한 국제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진출하는 네 번째 법조인이 되었다. 현재 송상현(71·고시16회) 국제형사재판소 소장과 권오곤(58·사법연수원9기) 유고국제전범재판소 부소장, 박선기(57·군법무관3회)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등이 UN 산하 국제재판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법학자 출신으로는 국제법 전문가인 백진현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고 박춘호 전 고려대 교수에 이어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판사가 크메르루주 특별재판부(ECCC) 전범재판에 참여 역시 대한민국 사법사에 한 획을 긋는 영광스런 일인만큼 정판사가 법정이 자중지란을 겪는 상황하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판결로 학살전범을 단죄한다면 전쟁범죄 방지에 기여함은 물론 한국 사법수준과 국가이미지를 제고하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제는 킬링필드와 다르다
킬링필드 전범재판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재판전망이 불투명 해지자 학살 피해자 못지않게 가슴을 치는 집단이 있다. 다름아닌 한국 보수 진영이다. 한국 보수진영은 킬링필드 전범 재판이 개시되자 만세삼창을 불렀다. 자신들과 킬링필드 전범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데도 광적인 관심을 표한것은 김일성-김정일 국방위원장 세습체제를 이들 전범재판에 연계시켜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일부 보수언론들은 킬링필드 전범재판을 북한 김일성-김정일 위원장 세습 체제의 정치범 탄압과 관련지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김일성 주석이 1948년 소련의 후원으로 권력을 장악한 이후 권력투쟁 과정에서 항일 공산군출신 연안파와 소련파, 박헌영 남로당세력을 비롯 지주계급,기독교 신자등 정적과 주민 수십만명을 재판없이 또는 약식재판으로 처형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는 반인륜적 범죄를 범했다고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