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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성당에서 위령 미사를 드렸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 미사중엔 9.11 테러 10주기를 맞아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위령 미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네요.
그날 아침, 저는 신문사의 제 상사의 전화를 받고서야 일어났습니다. 황급한 사장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리고 TV를 틀었을 때의 그 충격, 당혹감, 아마 현실이 이렇게 너무나 생생할 때, 그리고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참으로 '초현실적인'장면이 내 망막을 가득 채울 때, 저는 '보고 있으되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 거짓말처럼 빨리 흘러간 시간 속에서 저는 일상에 치여, 혹은 매일매일의 평범함 혹은 그 변화에 치여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마치 어제와 같은, 혹은 아득한 꿈결같은 그 10년의 시간 속에서 그렇게 많은 것들을 봐 왔지만, 하루 하루의 변화 속에서 몰상식한 것들, 부조리한 것들을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포용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네요.
의심해봐야 할 것들, 그리고 마땅히 의문을 가져봐야 할 것들에 대해 애써 눈감은채 하며 사는 법에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다시 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9.11은 우리 마음 속에서 의혹이되 내 삶과는 별로 관계 없다는 이유로 잊혀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때의 사건으로 내 이웃이, 내 친구들이, 혹은 정말 내 가족들이 그렇게 당할수도 있었던 것인데. 사건의 진실은 그날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 의혹이 있어도 그것이 내 먹고사는 문제와 관계 없다고 뒤로 치워놓는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알 수 없는 사건들을 겪었습니다.
천안함도, 그리고 서울시 교육감의 수감도, 인천 공항의 매각 혹은 매입에 관련된 진실도... 어쩌면 또다른 9.11이며 우리가 마땅히 그 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입니다. 생각해보면 9.11은 종교나 체제간의 충돌에서 빚어진 테러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진실을 요구하는 바른 눈'들에 가해진 테러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 모든 것들의 진실을 모릅니다. 세계적인 사건들도 그렇고, 바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체제 안보라는 이름으로 가해진 그 수많은 테러들이 인류에게 가한 공포는 '진실을 불편하도록 만들게 하는 공포' 가 됐습니다.
9.11 의 진실이 정확하게 알려질 때면, 아마 다른 것들의 진실도 제대로 알려질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진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자세가 있습니다. 늘 깨어 있도록, 그리고 불의에 눈감지 않고 늘 행동하는 시민이 될 것을, '진실'은 우리에게 늘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