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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진주만을 공격 했을 때 제일 당황한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들이었다.미국정부는 백인과 결혼한 혼혈계 일본인이라 하더라도 족보를 따져 16분의 1만 일본 피가 석여 있으면 ‘일본인’으로 낙인을 찍어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일본계(Japanease American)는 자신들이 애국심을 가진 미국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라도 보여주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창설된 전투부대가 제2차대전사에 빛나는 미 육군 442여단이다.이들은 유럽전선에 배치되었는데 부대원 중에 동성무공훈장을 받은 장병이 9486명이었다니까 부대원이 거의 다 훈장을 받은 셈이다.
미 상원 세출위원장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대니엘 이노우에 상원의원이 바로 이 442부대 출신이다.그는 전투에서 오른팔을 잃었다. 올해 87세인 그는 미 상원에서 고참이다.Japanese American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피로서 증명한 셈이다.이 같은 터전 속에서 에릭 신세키와 같은 미육군대장도 탄생했고 노먼 미네타와 같은 장관(상무, 교통)도 배출 되었다.
무슬림 육군대장? 무슬림장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슬람이라는 단어와 관련되면 평등의 원칙도 헌신짝처럼 내버린다.일본계 미국인에 대해 오늘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미국인은 없다.
레이건 대통령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계를 강제 수용한 것을 정부차원에서 공식사과 했으며 1인당 2만 달러 씩 피해보상까지 해주었다.9.11사태 후 미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이 2차 대전 때의 일본인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여행할 때마다 공항에서 목격하는 광경인데 아랍인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유난히 몸 검색이 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검색이 까다로우니까 아랍부자들이 미국에 오지를 않는다.그래서 불경기를 모르고 지내던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거리가 요즘 불경기 속에서 허덕이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은 약 600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이들이 겪고 있는 마음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취업에서부터 아이들 학교생활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고 무슬림들은 한숨을 내쉰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어느 중학교 남학생이 쓴 무슬림의 고민을 읽어보니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난 터어키 계이고 알카에다를 미워하는데도 백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미국을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슬림 신앙을 포기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9.11사태가 가져온 새로운 현상중의 하나는 이슬람을 경계하는 사고방식과 무슬림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인데 여기에는 무슬림의 책임도 있다.무슬림들은 2차대전때 일본계가 보여준 것과 같은 애국적인 행동이 없고 “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소극적인 자세에만 머물러 있는 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적극적으로 규탄하는 액션이 약하다.선의의 무슬림들이 테러리스트들을 증오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 없다.미국의 무슬림들은 미국의 일본계가 어려운 시대를 어떻게 극복 했는가를 배워야 한다.
빈 라덴은 죽었지만 이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구심은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9.11이 낳은 어두은 그림자다. 미국의 무슬림이 주류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느냐 - 이것이 미국이 안고있는 오늘의 숙제다.
<이철/미주 한국일보 고문/주필, 편집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