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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고왔다 울고가는 설운 사정을 / 당신이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나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무슨 까닭에 / 모른체 하십니까요 ’
원로가수 고(故) 황금심 선생님이 일제시대에 발표한 ‘알뜰한 당신’이란 제목의 노래 가사다. 사실 가사 내용을 액면 그대로만 봐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알뜰한 당신이 대체 뭘 모른체 한다는 것인지...사실 1912년생인 황금심 선생님은 72년생인 필자에게도 할머니뻘이다. 그러니 필자인들 그 시절 있었을법한 사연과 곡절을 어찌 알수 있으랴. 다만 바깥일에는 오만 오지랖과 참견을 다 하고 다니면서, 정작 가정일엔 소홀한 그런 남편을 둔 여인의 하소연이자 눈물을 담은 노래가사가 아닌가. 그렇게 미루어 짐작할뿐이다.
확실히 이 시절의 노래들을 살펴보면 여인들은 대개 인고와 순종의 삶을 살았다는것을 그대로 느끼고 엿볼수 있다. 남편이 밖에서 무슨일을 하고 다녀도 끽소리 못하고 살아가고, 남자에겐 그저 무조건 순종하며 자신의 좋고 싫어하는 감정조차도 제대로 표현못하는. 어찌보면 참 바보같다 느껴지기까지 하는것이 이 시절 여인들의 삶이다.
‘ 노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들어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그 생김생김 / 그이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들어
아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본 심정 / 아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
해방과 6.25를 지나 1960년대쯤 와서는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여자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나보다. 가수 한명숙(한명숙 전 총리와는 동명이인(同名異人)님의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가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 1961-62년의 일이니까. 60년대라고 해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아직은 크게 나아졌다고 볼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게 이보다 앞선 50년대의 일이고, 또 이 시절 만들어진 영화를 봐도 그래도 자유연애의 풍습이 조금씩은 생겨나기 시작한게 아닌가 하는것을 느낄수 있다. ‘아베크족’이란 말이 생겨난것도 이무렵의 일이니까.
‘ 새까만 눈동자의 아가씨 / 겉으론 거만한것 같애도 /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 정말로 나는 반했네 /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않는 / 여자가 정말 여자지 /
사랑을 할 때는 / 두눈이 먼다고 해도 /
아가씨 두 눈은 / 별같이 반짝거리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않는 / 여자가 정말 여자지 ’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에야 씨알도 안 먹힐 소리지만, 남진 선생님의 ‘마음이 고와야지’가 발표되어 공전의 히트를 친 1967년 그 당시엔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이 노래에 공감을 했나보다. 얼마전 남진 선생님이 직접 KBS ‘불후의 명곡 2’에 나와서 ‘마음이 고와야지’는 원래 트위스트킴용 노래로 준비중인 것이었는데, 자신이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을 조르고 졸라 자신의 노래로 만든것이란 비화를 공개하기도 한 ‘마음이 고와야지’. 헌데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 노래를 트위스트김씨가 불렀더라면 이 노래의 의미와 호소력이 더 강렬히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러나저러나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라고 했던가. 그럼 요즘 양다리 걸치는걸 즐기는 수많은 젊은 여성들은 어찌 되는것인지 모르겠다. 하긴 이혼도 늘어나는 판에 한번 남자 사귀었다 헤어지거나 양다리 좀 걸치는게 그게 무슨 대수랴. 이 노래가 발표된지 40여년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이 가사를 곱씹어보면 세상이 확실히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 여덟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 오늘도 만나려나 떨리는 마음
시원한 대머리에 나이가 들어 / 행여나 장가갔나 근심하였소
여덟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 내일도 만나려나 기다려지네 ‘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김상희님의 ‘대머리 총각’만 봐도 이 시절 여성은 확실히 상대 남성의 외모나 조건 같은것은 그다지 따지지 않은듯 하다. 여덟시 출근길에 만나는 대머리에 나이까지 들어보이는 남자임에도, 설마 유부남은 아니겠지 하면서 매일같이 가슴 두근거리며 설레이는 마음. 키 180 이하는 루저라고 본다고 TV에 나와 당당히 말하는 여대생까지 있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해보면, 그저 그 시절 순수하고 청순했던 여성들의 마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좀 못살고 가난해도 차라리 그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문득 들 정도로.
‘ 바람도 차가운 날 저녁에 / 그이와 단 둘이서 만났네 /
정답던 이 시간이 지나면 / 나 혼자 떠나가야 해 /
거리엔 가로등불 하나 둘 / 어둠은 불빛 속에 내리고 /
정답던 이 시간이 지나면 / 나 혼자 떠나 가야해 /
그대여 그대여 울지 말아요 / 사랑은 사랑은 슬픈거래요 /
그대여 그대여 나를 보세요 / 그리고 웃어요 ’
70년대를 지나 80년대로 와서 보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자들이 착했다. 80년대 초반 발표되어 공전의 히트를 친 이정희의 ‘그대여’라는 노래가사를 음미해보아도. 어떤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헤어지게 되는 남녀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행여 상대 남자가 상처받을까봐 위로하며 배려하는 모습. 사랑은 본래 슬픈거라며 어쩔수없이 떠나야만 하는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여인의 모습. 애잔함이 느껴지는 노래다.
사실 이 노랜 당시 초등학생들이 운동회때 ‘그대여 그대여 울지말아요 / 사랑은 사랑은 슬픈거래요’ 가사를 ‘청군아 청군아 울지말아라 / 승리는 승리는 백군꺼란다’ 하는식으로 개사해 응원가로 부르기도 했던 노래기도 하지만. 이정희의 ‘그대여’가 그 당시 얼마나 공전의 히트를 친 노래였는지 알수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 뜨거운 눈물로 가슴적시며 / 혼자서 너무나 고민했어요 /
그렇게 사랑한 나를 잊어도 되는건가요 /
가슴 메어지는 그런 슬픔을 / 나 혼자서 받고 있어요 /
이보다 더한 일들도 많았었는데 / 우리가 헤어진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 / 언제나 내게만 탓을 하니까 ’
85년에 발표된 이선희의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 까지만 하더라도 순종적인 여성상은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어떤 곡절로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을 자기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여인의 모습. 그래서인지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 라는 노래가사의 아픔은 더 무겁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 탓이오’ 라는 어느 종교계의 사회 계몽운동이 한창 벌어지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한편 1980년대엔 윤시내씨가 ‘DJ에게’란 노래를 발표 역시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고, 조용필씨는 이 무렵 ‘허공’ (*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촛불’등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갑자기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거냐 지금 -.-;;)
‘ 이것봐 나를 한번 쳐다봐 / 나 지금 이쁘다고 말해봐 /
솔직히 너를 반하게 할 생각에 / 난생 처음 치마도 입었어 /
수줍은 내 입술을 보면서 / 모른척 망설이지 말아줘 /
어제본 영화에서처럼 / 날 안고 입맞추고 싶다고 말해봐
날 봐 언제나 너의 눈 속에 / 아직은 어린 내모습 /
사랑한다 말하기엔 / 어색한 건 사실야
하지만 나 너의 마음속에서 / 어느샌가 숙녀가 되버린걸
내 사랑 이제 눈을 뜬거야... ’
1990년대...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들어 20대가 된 이른바 ‘X세대’ 바람이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충격과 변화의 바람을 몰고와 주었고, pc통신 시대였던 90년대 중,후반을 지나 인터넷 시대로 넘어가던 전환기였던 그 시절. 그 X세대 바람의 끝자락이던 90년대 후반 잇달아 등장한 핑클,S.E.S,베이비복스등의 1세대 걸그룹.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