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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캠퍼스로 돌아온 지 후딱 한주가 지났습니다.젊은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니, 저도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경제 얘기는,그동안 스스로 자제하고 비전문분야인 한문고전 얘기만 했습니다만(하지만 가끔은 어느 것이 전공분야인지 스스로 헷갈리기도 합니다),학교로 돌아온 기념으로 오랜만에 전공분야인 최근의 경제 상황 돌아가는 얘기를 좀 드릴까 합니다.
주식시장도 많이 불안하고 하여, 향후에 어떻게 경제가 돌아가나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으로 생각해서, 제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 드리는 것이 중국고전 얘기보다 좀 더 시사성(時事性)이 있겠다고 생각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즘의 경제상황을 한마디로 ‘재정(財政)위기’라고들 부릅니다.국가나 개인이나, 빚을 내서 쓸 수가 있는데, 그 원리는 다를 게 없습니다.즉, 빚을 내서 쓴다는 것은, 한마디로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서 오늘날 쓰는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개인이든 국가든 채무가 과다해지면 경고 사인이 울리게 마련입니다.현재의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의 재정상황은 바로 이러한 경고 사인이 울리기 시작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즉, 미래로부터 청구서가 날아오는 상황인 것이죠.
얼마나 상황이 심각 하냐,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우리는 보통 국가채무비율이라는 지표를 들여다봅니다.즉, 한 국가의 누적채무액을 해당국가의 GDP로 나눈 비율을 보는데,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이 비율이 심각한 나라는 일본으로 220%에 달하는 반면,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나라인 그리스는 150% 정도입니다.
미국도 100%를 넘어선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35%수준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인데,그러나 잠재적인 정부부채를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높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습니다.그러면 왜 일본의 재정문제는 아직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국제금융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반면,그리스의 국채는 액면가의 절반가격에 거래되는 등 이미 사실상 국가 부도상황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비록 일본의 국가채무가 비록 엄청나지만, 일본정부에 돈을 빌려준 기관이 대부분 일본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어서, 일본정부의 국가채무문제가 국내문제로 평가되어,찻잔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는 반면, 그리스의 경우 유로화 표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이 대부분 유럽 기타국가의 금융기관으로, 국제 금융문제로 비화되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국가재정이 문제가 되면, 해당국가가 발행한 국채는 가격이 폭락합니다(이 경우, 국채의 수익률은 폭등하지요).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난 뒤로,오히려 국채가격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발생되고 있습니다.국채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급락하기 시작하여,기준물인 10년짜리 미국 국채 수익율이 역사상 처음으로 9월 들어 2%아래로 떨어져 1.99%대를 기록하였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가는 좀 뒤에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재정위기가 왜 발생하고 있는가? 이 문제를 논하자면 글이 길어지므로,여기서는 간단히 민주주의 정치구조상 거의 모든 국가가 어쩔 수 없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즉, 정치가가 구호를 내걸고 선거에 당선이 되려면 공약을 내어 놓아야 하는데,모든 공약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고, 자신의 경쟁자를 누르고 당선이 되려면 보다 많은 공약을 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구조 하에서는,재정의 부담이 지방이건 중앙이건, 미국이건 아시아이건,매년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원인이 어쨌거나, 빚이 과다해지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일단 씀씀이를 줄이든가,아니면 돈을 더 많이 벌든가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하여야 합니다.그런데, 국가 차원에서는 씀씀이를 줄인다는 것은, 곧 복지예산 등의 축소를 의미하므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고, 또한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국가부도위기 등 위기상황에 의한 강제적 경우가 아니면 쓰기가 힘든 옵션입니다.(과거 우리가 IMF로부터 강요받은 강제적 경제정책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남는 옵션은 돈을 더 많이 벌도록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인데,그렇다면 국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쓸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느냐?이미 재정을 동원하는 방법은 한도에 도달해서 가능치 않으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통상적으로 국가입장에서는 재정카드 이외에도 소위 돈을 찍어내는 통화정책이 있다 라고들 합니다.(통화 공급은 정확히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이 하는 것입니다만,광의의 의미로 정부의 역할로 얘기하였습니다).
즉, 중앙은행은 돈을 풀어 금리를 낮추게 되는데, 중앙은행이 개인들에게 돈을 공급할 수는 없으므로,시중은행들을 통해 돈을 공급한 후, 이 돈들을 시중은행들이 개인들에게 대출해줘서,개인들이 집을 구입하거나 자동차를 사는 등의 소비활동으로 경기가 부양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경우를 보면, Fed가 바라는 이런 자금의 순환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즉,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개인들 주택대출보다는,0% 가까운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미국 국채를 사는 손쉬운 방법을 통하면 매년 2% 가까운 수익을 올리게 되니,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2%라는 수익이 작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금액의 2%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결국, 큰 그림으로 보면, 미국정부는 자체적으로 돈을 찍어내어 자체적인 재정에 쓰는 셈인데,그나마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 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정부가 의도하는 바,민간부문의 소비 진작을 통한 고용창출 등의 효과는,불행스럽게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점차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Fed가 돈을 풀면 풀수록 돈이 민간부문으로 흘러들지는 않고,미국 국채수익률만 떨어지는 등의 심각한 자금흐름 경색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입니다.그런데 이처럼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정부가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라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최근의 주식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바로 이러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대응책이 고갈되었다는 절망감의 반영입니다.그러면,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큰 의미로 보아서,우리가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서 쓴 규모가 커져서 생긴 문제이므로, 향후 씀씀이를 줄이든지 아니면 돈을 충분히 벌어 갚든지 해야 하는데,이 두 가지 모두 다 문제의 해결에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미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예측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성장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향후 당분간 0%에 준하는 매우 낮은 성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1%대로 낮아졌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미국사람들이 미국경제에 투자하여 올릴수 있는 수익에 대한 대표적인 기대수준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이고, 이것을 또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향후경제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집을 구입하기 시작하는 등, 정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경제가 살아나려면,과거 PC혁명 등처럼 엄청난 신기술이 개발되어 전세계 경제를 한차례 밀어 올리든지,그렇지 않다면 집값 등이 충분히 싸다고 생각될 만큼 떨어져 줘야하므로,당분간 미국경제는 활력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유럽의 경우,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가부도 문제가 순차적으로 불거지고 있어,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매우 낮은 경제 성장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경제성장률이 0%라는 의미는, 국가 내 경제주체들 간 Zero-Sum G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