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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최근 이 나라 국민들의 관심사 내지 이슈라 할 수 있는 9.3개각 공직 지명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두고 알만한 두 인사의 말이 세인들을 놀래키고 있다.
조순 전 부총리가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자질 논란과 관련, 15일 '별로 허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꾸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총리에게 지나친, 쓸데없는 고통을 주지 말기를 정치인이나 국민들에게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정 후보자에 대해 "아무리 재목이 좋아도 너무 헤프게 다루면 재목 노릇을 못한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귀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조씨가 누구인가. 서울대 교수 출신에 경제부총리, 서울시장까지 지낸 누가 뭐래도 이 나라의 원로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조씨가 그처럼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말을 한 것이다.
조씨는 정 후보자의 스승이고, 정 후보는 조씨를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자의 허물을 감싸고 싶은 스승의 마음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될 말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 "별로 허물도 아닌 것을 (사람들이) 물고 늘어진다"는 조씨의 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총리라는 고위 공직을 맡을 사람에게 위장전입이나 소득 탈루, 논문 이중게재 같은 것이 허물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허물이 되는 것이란 말인가. 최소한 살인이나 강도 전과 쯤은 있어야 허물이 된다는 얘기인 것인가? 어찌 보면 학자 출신의 사람에겐 시정잡배의 강-절도 범죄보다 위장전입이나 논문 중복 게재 같은 것이 오히려 더 큰 허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덧붙인 말도 참으로 해괴하고 듣기 민망하다. 조씨 말대로라면 야당의원들이나 세인들이 쓸데없이 정씨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자질을 거론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조씨는 도대체 청문회를 왜 하는 것인지 취지를 알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재목이 좋아도 너무 헤프게 다루면 재목 노릇을 못한다"는 말은 조씨가 청문회의 의미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청문회는 간단히 말해 어떤 공직 후보자가 공직을 적절히 수행할만한 재목인지 아닌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씨는 좋은 재목을 헤프게 다루니 어쩌니 하는 우스꽝스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후보자가 누가 봐도 그렇게 확실하고 의심의 여지없는 재목이라면 청문회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운찬이 과연 그런 인물인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벌써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조씨의 황당한 발언을 접하면서 원로다운 원로를 보기 어려운 이 나라의 수준을 생각하게 된다. 조씨가 양식있는 원로이자 진정한 정씨의 스승이라면 오히려 정씨에게 총리 지명을 사양하라고 권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아무리 제자라도 그런 말 하기가 어려웠다면, 가만히나 있었으면 최소한 '그게 원로로서 할 소리냐'는 비난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정씨는 총리 벼슬을 위해 그동안의 소신을 내던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다, 총리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어떤지 검증된 바도 전혀 없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로라 할 조씨의 말이 어이없고 황당함을 넘어 우리 사회에 진정 존경할만한 원로가 이렇게도 없는 것인가 하는 서글픔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장광근 사무총장은 16일 대법관 및 국무위원 내정자들의 줄이은 위장전입 파문과 관련, "시대가 변했다"며 국민의 양해를 요구하는 해괴하고도 몰염치한 발언을 함으로써 또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장 총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시대도 변했고...그렇다고 해서 위장전입이 잘됐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정말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서 정책을 운영하겠다는 내정자들이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조금 접어주실 부분은 접어주셔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우리는 장광근을 비롯한 이 정권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개념없고 철면피한 위인들을 볼 때마다 이 정권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추악함 혹은 혐오스러움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새삼 절감하곤 한다.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따지는데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무엇이며, 다른 것도 아니고 실정법 위반 여부를 거론하는 것을 좀 접어달라니 그게 도대체 집권당 사무총장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더구나 지난 정권의 공직 후보자들을 칼날같이 몰아세우던 한나라당을 생각하면 저절로 실소가 다 나올 지경이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사람들이면 과거 무슨 짓을 했더라도 봐줘야 한다는 얘기인 것인지, 아니면 위장전입 쯤은 이명박의 화려한 범법 사실에 비추면 별것 아니니 문제삼지 말아달라는 것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소리다.
어쩌다가 우리는 저따위 허섭쓰레기 같은 위인이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랍시고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내뱉는 구역질 나는 언사까지 들어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일까.
장광근의 말같지도 않은 말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바로 이 정권의 끝간 데 모를 뻔뻔스러움과 구제불능성이 부지불식간에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원로라고 할만한 인사나 이 정권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위인들이나 할 것 없이 어쩌다가 이 나라가 저런 말같지도 않은 말들이 버젓이 방송을 타는 나라가 되었단 말인가...
하토야마 유키오 신임 일본 총리는 16일 총리로 지명된 뒤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쩌다가 일본이 (오늘날)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민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우리도 묻고 싶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