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를 날리며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나라에는 어째 이리도 개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냐. 까딱하다가는 진짜 개그맨들 밥 굶게 생겼다.
총리후보로 전격 발탁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4대강 정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주변에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씨는 그동안 4대강 정비에 대해 명백히 반대입장을 견지해 왔던 사람이다. 그런데 총리로 발탁되고 나서 말이 갑자기 그처럼 요상하게 바뀐 것이다.
하루 아침에 소신이 바뀐 것도 웃기거니와, 더 웃기는 건 정씨의 표현이다. 정씨가 서울대 교수에 총장 출신이라 하나 국어 공부는 아무래도 시원치 않았나 싶다.
친환경적이라니...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인간이 삽질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라는 걸 정씨는 모르는 모양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며 강바닥 파내고, 보 만들고, 주변에 시멘트 처바르면서 어떻게 친환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삽질 하겠다면서 친환경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한마디로 개그인 것이다.
4대강 주변에 쾌적한 도시 건설은 또 뭔가.
예컨대 서울이 강이 없어서 안쾌적한 것인가? 강만 끼고 도시를 건설하면 쾌적해진다는 것인가?
가열차게 조목조목 이 정권의 무모한 삽질정책을 비판할 땐 언제고 금세 그렇게 적당히 타협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전광석화 같은 변신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차라리 "총리감투가 좀 탐이 나서 소신을 접기로 했다'고 말하면 솔직함이라도 인정받을텐데 말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저런 정도의 인물이 한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었다는 사실 자체가 창피스러울 지경이다.
<그렇게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씨는 큰일 할 그릇은 못되는 것 같다. 역대 총리들이 학벌이 부족해서 혹은 바보들이라 그저 그런 얼굴마담 같은 총리에 머물렀겠는가. 시작할 때야 누구나 나는 안그럴 것이라고 마음 먹지만, 대통령제 하에서의 총리는 권한도 운신할 공간도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대운하는 꼭 필요하다'는 게 소신이라는 이명박이 같은 위인을 상전으로 모시면서 뭘 그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정씨는 그냥 서울대 교수 하면서 날카로운 정권 비판자로 남아 있는 게 더 현명한 처신이 아니었을까. 그러다가 뜻이 있으면 다음 대선 때 본격적으로 몸을 한번 일으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게 뭔가 도대체! 이명박이 밑에 들어가서 벼슬을 하겠다니... 밑에 들어와서 지지율 좀 높여주면 뭔가를 보장해주겠다는 이명박의 밀약이라도 받은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 서울대 총장까지 지냈고, 현재 잘나가는 교수이며, 훌륭한 비판자로서 존경 받는 사람이 뭐가 그리 아쉬워서, 뭐가 그리 포부가 대단해서,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할 것 같아서 듣보잡 아니면 잘해야 전대미문 수준인 이 정권에 몸을 담그려 하는 것인가 말이다.
정식 총리로 임명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발언을 하는 걸 보니 정씨에게서 소신이니 뭐니 하는 건 애당초부터 기대하지 않는 게 옳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으로 봐선 얼굴만 바뀐 한승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좌우간 한때나마 그를 소신있고 선비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 겸연쩍어진다. 소신이나 지조가 겨우 그 정도였나? 아무리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지만, 정씨의 처신은 한마디로 그의 말과 글에 동감했던 사람들에게는 낯뜨거워지는 일일 따름이다.
인간적으로 염려하노니, 부디 적당히 활용되다 폐기처분 내지 토사구팽이나 당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