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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이른바 ‘젊은 대표’를 꿈꾸던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등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인 정두언 의원이 쏟아지는 비난여론에 굴복,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정 의원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4.27 재보선에서 국민들은 우리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며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지도부의 한사람으로 불출마하는 것이 책임정치의 구현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대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록 뒤늦게나마 지방선거와 재보선 참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정 의원의 결단을 환영한다.
이제 3인방 가운데 남은 두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요 관심사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의 참패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당 쇄신논의가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 3인방을 소장파의 대표로 차기 전당대회에 내보내야 한다는 ‘젊은 대표론’이 불거져 나왔고, 한 때 이 같은 주장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실제 각 언론은 이들을 유력 당권주자로 보고, 앞 다퉈 이들 ‘3인방’과의 인터뷰를 내보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3인방 대세론’은 얼마가지 못해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각 포털에는 “이 정권에서 3인방이 어떻게 처신 했는지 전 국민이 다 지켜보았는데, 언감생심 당권이라니 한나라당 원로나 초선의원이나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라고 따끔하게 질책하는 등, 이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실제 조해진 의원은 전날 이들을 겨냥, “여당 의원으로서 프리미엄을 다 누리다가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자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정치적 세탁을 한다고 국민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정두언 의원에게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이라는 큰 기회를 얻었고 대통령 덕분에 각각 재선 의원이 됐다”면서 “그런 친이 직계라는 분들이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폄하하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세연 의원도 직전까지 최고위원으로 있었던 나경원 정두언 의원을 겨냥, "직전 지도부에 속한 인사가 이번 전대에 나오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상찬 의원 역시 “소장파의 간판주자 격으로 몇몇 의원이 거론되나 이는 본인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혜훈 의원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경력 세탁의 탈을 쓰고 전당대회에 나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현기환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모습보다는 당 개혁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의원 중 한 명을 당권주자로 뽑자는 방향으로 가는 순간 `새로운 한나라'는 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한나라’는 이들 3인방 등을 대상으로 ‘미니경선’을 하거나 모임을 대표하는 후보를 전당대회에 내보내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말았다.
사실 정두언, 나경원 의원은 모두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에 속했던 사람이다.
또한 바로 직전까지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이번에 안상수 대표와 함께 4.27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불과 2개월 만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 아니겠는가.
특히 남경필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아주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의식, 결국 정두언 의원이 이날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 3인방 가운데 두 사람만 남았다.
과연 나경원 의원과 남경필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 의원처럼 전직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혹은 중요 직책을 맡았던 책임 당사자로서 선거패배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게 될까?
아니면 끝까지 당권 욕심을 버리지 못해 당을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트리게 될까?
이들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너무나 궁금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