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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른바 쇄신논의가 한창이다.
쇄신을 위해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가하면, 그것은 오히려 쇄신에 역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물론 어느 주장이든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각 계파의 이익에 따라 명분을 그럴 듯하게 갖다 붙이는 것일 뿐, 속셈은 따로 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 하는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말이다.
차기 당대표 선출 문제도 그렇다.
쇄신을 위해 선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한다느니 어쩌니 말들이 많다.
특히 ‘젊은 대표’를 꿈꾸는 정두언 나경원 남경필 의원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좋다. 만일 제도를 바꿔 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당대표가 되었다고 하자.
국민들이 ‘아, 이제 한나라당도 변하겠구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할까?
아니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은 어쩔 수 없구나’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접어 버리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지난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 당시 당 지도부에 있거나 중요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로 ‘한나라당 참패’에 따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라 ‘이명박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불리는 김무성 원내대표나 다른 핵심 친이계가 당 대표를 맡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누가 당대표로 선출 돼야 하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히 한나라당은 더 이상 ‘MB 거수기’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과감하게 출당조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매우 극심한 상황이다.
실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소장 백원우 의원)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9~10일 무작위 자동응답방식(RDD)으로 99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했을 경우 "다시 뽑지 않겠다"는 의견이 무려 72.2%에 달했다.
반면 "다시 뽑겠다"는 의견은 16.1%에 불과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10명 중 최소한 7명이 넘는다는 말이다.
만일 내년 총선까지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그 후폭풍이 한나라당 후보들을 강타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탈당을 하는 게 결국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다.
만일 탈당을 하지 않을 경우, 새해 예산안 처리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압력을 행사해 날치기 하도록 한 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출당조치를 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토록 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한나라당을 위하는 길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 등을 속조절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에 환경대재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물가불안 등 서민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있는 무능한 인사들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즉 이 대통령의 탈당, 혹은 출당과 동시에 민주당 등 야당까지 모두 참여하는 거국중립 내각을 구성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동반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 민주당 등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할 경우, 무조건 받아 들여야 한다.
만일 차기 총선을 의식해,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할 경우 환경이 파괴되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데도 이를 방치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나라당의 쇄신의 끝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하되, 과감하게 대통령의 출당조치까지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얼굴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