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후보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이봉수 후보에게 한나라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역선택하여 김태호 후보에게 졌다는 역선택 논란이 민주당의 여론조사 퇴출 결정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경선을 ‘퇴출’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실제 민주당 개혁특위는 최근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때 여론조사를 배제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보의 경우 국민참여경선 70%, 당원투표 30%로 결정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국민배심원단 평가, 당원투표, 국민참여경선 결과를 3분의 1씩 반영할 뿐 여론조사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뜻밖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간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을 비롯해 각종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로 상당한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민주당이 왜 이제 와서 ‘여론조사 경선’을 포기하려는 것일까?
물론 여론조사의 응답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각종 재·보궐선거 및 지방선거의 결과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오는 등 여론조사에 대한 회의론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역선택’으로 인해 엉뚱한 후보, 즉 상대적으로 취약한 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우려할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역선택’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 2007년 8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한나라당 당원과 대의원 및 일반 국민 투표인단 등 13만 1084명이 직접 투표한 선거인단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섰다.
그런데 3만2771표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앞서 종합 개표에서 이 후보가 승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 당원과 대의원 및 일반국민의 지지를 받은 반면, 여론조사 기관의 지지를 받지 못해 이명박 후보에게 한나라당 후보 자리를 내 주었다’는 비아냥거림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한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바로 ‘역선택’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에게는 BBK 관련 의혹을 비롯해 이 후보 형님인 이상은씨 소유로 되어 있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 메거톤급 폭발력을 가진 의혹들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연히 한나라당 경선에서 그런 의혹투성이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랐을 것이고, 그래서 여론조사 과정에서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거짓 응답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게 바로 ‘역선택’이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경남 김해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역선택’논란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곽진업, 국민참여당 이봉수, 민주노동당 김근태 후보 등 3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소한 차로 앞선 이봉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정치컨설팅 전문업체인 ‘e위컴’의 김능구 대표가 “항간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봉수 후보를 본선에 올리기 위해 ‘역선택’을 했다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선에 앞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곽진업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반면, 이봉수 호보가 나갈 경우에는 김태호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세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렇다면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들은 당연히 여론조사 때 ‘이봉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거짓 응답할 것 아니겠는가.
결국 우려했던 대로 이봉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이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퇴출’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여론조사 경선을 먼저 실시해 재미를 본 민주당이 ‘역선택’ 부작용을 감안해 여론조사 방식을 포기하려는 시점에, 뒤늦게 민주당 방식을 따라가던 한나라당은 여전히 여론조사 경선을 고집하고 있다.
나경원 공천개혁 특위위원장의 개혁안을 보면, 여론조사에 대한 집착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