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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한나라당의 변화라고 봐야 하나요? 자기들 내부에서 저렇게 포퓰리즘 논쟁을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코웃음이 쳐지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네요.
부자들에 대한 감세 철회를 내세운 신임 황우여 대표의 행보가 저는 참 건전하게 느껴지는데. 그나마 자기들 안에서 이만큼이라도 국민의 뜻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는 계산도 섰겠고, 당장 내년에 있을 여러가지 선거에서 자기들의 입지가 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겠지요.
즉, 그것은 한나라당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 당권을 잡은 이들의 입장이라는 것이고, 이로서 친박과 친이의 분화는 더욱 가시화됐다고 봐야죠.
MB의 감세정책은 사실 철저히 부자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고, 이들 세력이 신봉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이미 실패했다는 것이 세계 각국에서 숫자로 또 현실로 증명되고 이것이 서민들의 분노로 표출된 것이 이번 선거였습니다. 판세를 읽을 줄 아는 정치세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사실은 너무나 분명해진거죠.
여기에 자유선진당의 이회창씨가 거의 정계은퇴 발표 수준과도 같은 '백의종군' 선언을 했습니다. 물론 그의 영향력이 당내에서 줄어들 리는 없죠. 하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참 명백하네요.
어쩌면 이른바 '보수대연합' 차원에서, 또 예전에 함께 했던 사람들도 함께 하자는 그의 말에서 보듯, 이들은 지금 자기들의 판세를 읽은 겁니다. 친박쪽과 이회창씨와의 화학적 결합의 여지는 충분하고, 새로운 보수세력이 불거져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될 테죠.
그렇다면 친이쪽의 반응은 어떻게 될까요? 이재오씨의 과거 행보 등으로 그냥 (어디까지나 소설 쓰듯) 유추해볼 때, 어쩌면 이들이 민주당 쪽에 손 내밀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들의 정강이나 행동방식은 사실 어떻게 보면 평행선 같지만 사실 닮은 구석들이 많거든요.
거기에 박근혜씨가 대권을 잡는다면, 그녀가 지금까지 갈아온 칼이 먼저 누구를 향하게 될까 하는 것은 불보듯 뻔하거든요. 게다가 박근혜 씨야 아버지로부터 '검법' 하나는 확실히 보고 자란, 이미 내재된 내공이 실린 검법의 달인이라는 것. 그렇다면 지금 친이계가 어디로 구원을 바라는 손길을 내밀까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면 전혀 비상식적이기까지 한 일이 가능하다는 예측도 가능하네요.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한국의 정치지형상, 그리고 과거의 3당합당 같은 사례를 볼 때), 손학규 대표는 분명한 선명성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가 어쨌든 '정강'과 '정책'에 의거한 정치가 아닌, 보스정치, 중우정치를 지향해 왔었다는 과거는 우리에게 참 족쇄가 됩니다.정치란 것은 '그런 것'이라고 그냥 포기해버리고 자기와 상관 없다는 식의 방관적인 자세를 국민에게 심어줘 왔다는 것...
사실 국민들이 먼저 정치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자각할 때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은 과거 4.19와 6월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역사적 사변이 말해주고,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드러난거고, 촛불 때 컨테이너로 산성을 쌓아 국민과의 소통을 아예 물리적으로 막은 어떤 분을 청와대 뒷산에 올려보내 그와는 아무런 상관 없을 거 같은 '아침이슬'이란 노래도 부르게 만든 것에서도 볼 수 있거든요. (그가 아침이슬을 부를 수 있다면 지금의 민주당에 러브콜 부르는 약간 상식과 어긋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정치가 제자리에서 그들의 룰을 지키며 제대로 가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자각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편법이 아닌 정정당당함으로, 그리고 국민 다수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로서 제대로 가는 한국의 정치를 보고 싶네요.
그리고 보면 한나라당의 이만한 작은 변화와 그 안에서의 내분들도, 사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여러분이 얻어내신 열매인 것이고, 그걸 생각한다면 이들이 국민에게 진실로 봉사하고 국민의 앞에서 무릎꿇게 만드는 것은 모두 여러분 각자 각자의 힘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진정 민주화되고 선진화되는 길이 아닌가 싶네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