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이 말이 정말 실감난다.
실제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경률-이병석 의원의 ‘양강구도’라는 세간의 예측을 깨고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비주류 원내대표의 탄생은 친이계 주류의 쇠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곧 친박계의 부상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지지를 받는 사람이 당 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그동안 MB 눈치를 보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MB와 선을 그으면서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모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를 보자.
한 때 친박계 좌장이라고 불렸던 그는 친이계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신주류’로 급부상했다.
실제 그는 취임 이후 ‘MB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가슴에 달고 살았다. 1년간 친박 색채를 완전히 지우고 신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개헌 문제를 비롯해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예산안 등 굵직굵직한 사언들에 대해 청와대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었다.
또 과학비즈니스 사태에서 대통령 인격 문제를 거론한 친박계 박성효 최고위원에게 “함부로 말하고 있다”고 호통 친 일도 있다.
그에게 ‘MB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대신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때마다 날선 비수를 던졌다.
신공항 백지화에 유감을 표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이럴 때 (지도자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바른 소리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는가하면,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나왔을 때도 박 전 대표에게 모진 소리를 해댔었다.
어쩌면 그는 그게 당 대표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나라당 무게 중심이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급격하게 박 전 대표 쪽으로 쏠리고 있다.
즉 차기 당 대표가 되려면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미 ‘물 건너 간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가 제 아무리 "지난 1년간 청와대의 지시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해도 소용이 없다.
그토록 염원하던, 당 대표의 꿈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러면 ‘젊은 대표’를 꿈꾸고 있는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의원은 어떤가.
요즘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젊은 대표론’이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그 대상이 바로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의원이다.
수도권 초ㆍ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ㆍ중립파 30여명이 `새로운 한나라'라는 쇄신모임을 만들어 비대위 구성에서부터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적극 참여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남 의원은 지난 대통령 경선 당시 대세론 후보였던 이 대통령에게 M&A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인 추파를 던졌던 사람이다.
또 나경원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박 전 대표를 향한 인신공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 기용설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어떤 딜(deal)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국민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공세를 취한 바 있고, 정 의원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제왕적’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와서 친박계를 향해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펀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