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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Standard & Poor's)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S&P는 무디스와 함께 경제계의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우는 신용평가회사인만큼 이들의 평가는 금융, 주택, 자동차업계등 사업전반에 걸쳐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성역시 되어온 미국의 등급 비판에 관한 터부가 깨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세계의 달러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국가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시장이 흔들리게 되며 외국자본들이 빠져나가게 된다.이를 막기위해 정부는 채권의 이자율을 올리기 마련이며 이렇게 되면 이자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과 자동차시장이 타격을 받게된다. 특히 침체를 벗어나려던 주택경기가 다시 불황에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더구나 요즘과 같이 개솔린이 4달러선을 넘어선 짜증나는 시기에 경기가 다시 침체 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한 이유는 간단하다.미국이 너무나 엄청난 빚을 안고 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같은 장기적인 재정압박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대립만 계속해 국가부채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얼마나 되는가. 자그만치 14조2190억 달러다.국민 1인당 4만5000달러씩 갚아야 되는 액수다. 그런데 올해 재정적자가 1조6500달러나 되니 세수로 빚을 갚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 무슨 수로 빚을 갚겠는가.
빚 이자만해도 곧 1조에 이르기 때문에 미국은 빚을 내서 이자를 갚는 카드 돌려막기 사이클에 들어와 있다.이같은 빚잔치는 레이건이 스타 워즈를 한답시며 국방비를 늘이는데서부터 시작 되었다.공화당이 예산삭감을 외치고 있지만 적자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공화당이다.
이자를 갚을 돈이 없으면 답은 뻔하다.돈을 더 찍어내는 수 밖에 없다. 현재의 국채발행한도는 법으로 14조2940억 달러인데 빚이 14조2190억달러니까 거의 한도에 도달해 있다.오바마 행정부가 국채발행 한도액수를 의회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은근히 위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경제가 이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민주.공화당은 의회에서 사사건건 기 싸움만 벌이고 있다.S&P가 미국국가신용을 하향조정하는 쇼킹한 발표를 한것도 민주.공화 양당이 이 사태를 계속 끌고가면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S&P는 지난번의 서브프라임 금융파동때 이를 예견하지 못했다하여 파동의 공모자라는 비판까지 받은적이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발표는 지난번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자기방어적인 자세가 곁들여져 있다.
미국의 정치판에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정치인들이 미국병의 암적 현상을 치료하기는커녕 암을 더 키우고 있다. 결국 희생자는 국민이기 마련이다.우리가 겪고있는 늦은 불경기 회복도 정치판의 기싸움 부산물이다.빚투성이 인데도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한달 10억 달러씩 부어넣고 있으니 자기분수를 모르는 군사대국이다.
군수산업체만 흥청흥청이다. 미국정치가 대변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양당제도가 갖는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단점만 노출 시키는 지루한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국민은 미국정치판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이철/미주 한국일보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