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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여왕‘이라는 희한한 닉네임을 가진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뜬단다.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소속의원인데도 말이다. 자당은 선거에서 패했는데 선거여왕은 뜬다고 하니 희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재보선 의미는 컸고 자당의 입장에선 매우 어려운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돕지 않은 일명 선거여왕이 뜬다니 희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고 힘든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배운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불가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 역사를 두고 너도나도 미워하는 일본이지만 지진과 해일, 원전사고로 최악의 어려움에 처하자 역대 최고의 모금액을 선뜻 내놓은 한국민의 정서로서는 박근혜 의원의 선거불지원은 야멸치다 할 수밖에 없다.
잘못 알려지고 있는 파충류 살모사의 이야기가 박근혜 의원과 중첩되기도 했다. 어미 살모사를 뜯어먹고 태어났다 해서 살모사라 이름 지었다는 낭설 말이다. 자신의 당이 죽으면서 오히려 살아난 박의원으로 생각이 되었던 것이다. 또 어부지리도 떠올랐다. 여야가 처절한 싸움을 했지만 정작 최대수혜자는 박의원이 된 형국이기 때문이다.
재보선 최고 승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라는 일반적 평가와는 달리, 28일 증시에서 손대표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은 초반 반짝 뜨다가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박근혜 의원 테마주는 최고 12.99%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민국 증권가는 한나라당의 참패 덕분에 박의원의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승자가 됐다고 평가하여 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돈의 필요함을 모르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사회라고 믿는다. 그러나 자당의 참패 덕에 승자가 되었다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도출해낸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다. 네가 죽음으로서 내가 산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배웠다. 정당한 승패와는 다른 것이다.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국 방문길에 앞서 “여태까지도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해 왔지만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온전한 말인지 헛갈린다. 당이 재보선에서 위태한 상황에 있었는데 과연 어떤 노력을 했다는 말인가. 선거 패배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한 박의원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소탐대실하지 않은 민주당 정동영 의원
4.27 재보선은 여야 막론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점치는 큰 선거였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컸던 만큼 중차대한 선거였다. 내년 대선을 두고 보자면 손학규 대표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정동영 의원이다. 박근혜 의원과 소위 친이계 대선주자들과 마찬가지 입장의 위치에 있는 정의원이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를 할 경우 손학규 대표는 하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어서 박근혜 식으로 생각하면 정의원이 상대적으로 뜰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박근혜 의원이 기획된 어부지리 승리를 꾀했다는 여론과 다르게, 손학규 대표 체제 아래 치루는 4.27 재보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풀타임 지원유세에 나섰던 것이다.
당대표 손학규 후보 당선을 위해 성남 분당을 수차례 방문한 것은 물론, 남쪽으로는 김해을 국민참여당 후보와 순천과 울산의 민주노동당 후보 및 민주당 후보를 위해 뛰었고, 북쪽으로는 강원지사, 양양군수 후보를 위해 뛰는 한편 충청도 태안군수 선거 등 전국을 누비며 그야말로 선거가 있는 모든 곳으로 선거 내내 강행군을 했던 정동영 의원이었다.
그 중 정가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지원유세는 김해와 순천이었다. 민주당 소속 그 누구도 가길 꺼려했던 지역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나섰던 일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정의원이 김해와 순천의 지원유세 테이프를 끊은 이후부터 민주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차례차례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국가 야권단일정당을 시종일관 주장해온 정동영 의원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던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희한한 결과가 나왔다. 김해을의 국민참여당 후보가 낙선된 것과 함께 야권단일정당의 당위성이 수면 위로 솟구치고 있어 크게 주목된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인가 생각하는 국민
정당이란 정치결사체의 그릇이다. 같은 정치적 이념과 정치철학으로 뭉친 정치인들이 함께 권력을 얻기 위한 특수한 단체이다.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다는 동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의 동지인가 아닌가를 확인할 수 있고 역시 정동영 의원도 민주당의 동지인가 아닌가를 알 수 있다.
동지라 하면서 위급한 상황에도 동지의 역할을 하지 않은 박근혜 의원은, ‘당내 비상대책위의 요청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아직 구체적인 것은…”이라며 “당에서 많은 토론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단다. 자신이 유행 시킨 말을 적용하면 박의원은 “참 나쁜 정치인”이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말이고 생각이란 말인가. 놀라울 따름이다.
동지는 없고 자신만 있는 정치인이 “참 좋은 정치인”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당혹스러운 것이다. 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야당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야권연대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일종의 몽니를 부린 정치인이 되어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스스로 새겼다. 박의원 역시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다름없는 몽니를 부린 정치인이었다.
같은 목적과 뜻을 가진 소수의 동지조차도 내치는 정치인이,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는 어떤 정치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선거지원을 바랬던 동지를 외면한 정치인, 역선택 가능한 여론조사를 주장하여 야권연대 동지들을 곤혹스럽게 한 정치인이 과연 국민을 위한 “참 좋은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지 국민은 합리적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재보선을 통해 박근혜 의원은 내부적 작은 승리를, 정동영 의원은 내부는 물론 야권 전체와 국민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몽니 부려 특사자격 얻고 23, 4개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열기에 도취하여 비행기에 오른 시각, “민주당의 승리이며 국민의 승리입니다. 오늘만 웃고 신발 끈 고쳐 맵시다.”라며 낮은 자세를 보인 정동영 의원이어서 평가하기가 더 쉬웠다.
여야 잠룡들이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인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원과 상대후보 및 국민은 후보들의 흠결을 찾기 마련이다. 그들의 정치적 행보 즉 족적에 따른 평가는 필수이다. 명분 없는 족적을 남긴 후보는 선택 받기 어렵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한다. 국민은 지난 대선 학습효과에 의해 또다시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