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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가 결국 한나라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그나마 한나라당 입장에서 다행이라면 ‘0패’라는 굴욕을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실제 경남 김해을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한나라당 승리는 이변이 아니라,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앞서 필자는 지난 13일, <이봉수 ‘역선택’ 후보라면...>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이러다 각종 의혹으로 국무총리 문턱에서 밀려난 ‘의혹 덩어리’ 인사가 금배지를 다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나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사실상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승리를 예견한 바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시민단체의 야권후보 단일화 중재안을 거부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100% 여론조사 방식을 고집하여 끝내 이봉수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로 만들고야 말았다.
하지만 정치컨설팅 전문업체인 ‘e위컴’의 김능구 대표가 “항간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봉수 후보를 본선에 올리기 위해 ‘역선택’을 했다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할 만큼, 결코 야권에게 유리한 방식이 아니었다.
다만 참여당에게만 유리한 방식이었을 뿐이다.
실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기 전, 지난 달 24일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김해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민주당 곽진업 후보가 이봉수 후보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곽 후보보다 이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주길 바랄 것이고, 결국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김해에서 참여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0%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유 대표는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연대 파트너인 민주당을 향한 공격이 도가 지나쳤다. 이것이 민주당 지지자들로 하여금 투표장에 가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후보가 기왕 야권단일후보가 된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승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것이 ‘MB 정권 심판’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 끝내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너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유시민 대표에게 묻고 싶다.
유 대표는 정녕 정치권에 파다한 ‘유시민 한계론’을 모르는가.
‘유시민 한계론’이란 유 대표에게는 표의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해 6.2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들은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도지사 자리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내어 주지 않았는가.
만일 김진표 의원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다면, 그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도 ‘유시민 한계론’ 때문이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분당 을에서의 승리로 표의 확장성이 입증됐다.
분당 을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결코 강재섭 후보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10% 이상이 손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선거 결과 역시 그렇게 나타났다.
유시민 대표가 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가장 견고한 지지자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게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자신의 결집된 지지표만 가지고서는 결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중도표심은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 진영의 표심까지 끌어와야 하는데 유 대표에게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참여당을 해체하고, 민주당에 백기 투항하는 게 어떻겠는가.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