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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집권 후 숭례문이 자신의 몸을 태우며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임을 예언이라도 했을까. MB 집권 2년차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85일의 시차로 서거했다. 이로써 MB는 재임 중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낸 셈이다. 공교롭게도 전직과 전전직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던 MB의 약속이 떠오른다. 전 정권과 후 정권의 정치적 노선이 달라 정치적 화합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약속으로 적어도 현직과 전직 대통령이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빈약속이 되고 말았다. 안 지킨 걸까. 못 지킨 걸까.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던 첫 약속이 탄압으로 돌아온 사실에서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MB와 무관하지 않다고 많은 국민이 생각한다. 취임 초부터 국가 기록물에 관한 시비를 걸었고, 지난 10년을 부정하고 국정 곳곳에 ‘노무현 색깔 지우기’에 혈안이더니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격적 모욕을 느낄 만큼 집요했다. 그 수법도 참으로 치졸했다. 인간이 참을 수 있는 심리적 한계선까지 밀어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 반쪽을 잃은 것 같다”는 말로 심리적 충격을 표현했고, 민주주의 후퇴와 통일정책 폄하에 대한 울분을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다 끝내 ‘반쪽’을 따라갔다.
MB는 대운하 사업을 이름만 ‘4대강 살리기’로 바꿔 복지예산과 지자체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다. MB가 대운하에 대한 집착만큼 전직 대통령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두 전직 대통령은 우리 곁에 더 오래 남아있었을지 모른다. 최소한 전직 대통령들의 업적을 인정하고 존중했어도 이런 비극을 낳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IMF 구제금융의 불명예를 쓴 전직 대통령 김영삼과 전직 대통령의 예우조차 해주기 싫은 전두환과 노태우만 남았다. 그나마 존경하고 귀감 삼을 지도자는 다 잃은 셈이다. 죄를 짓고도 뻔뻔한 사람이 오래 산다고 했던가. 이것이 사람의 장난이라면 지금 시대는 잔인한 시대다.
MB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숭례문 화재에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까지 일어난 일련의 국가적 환란과 갈등 그리고 비극이 어느 물줄기에서 비롯되었는지, 설령 사안에 따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손 치더라도 물줄기의 방향타를 잡은 건 MB아닌가. 두 전직 대통령이 겪은 고통은 머지않아 자신의 고통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