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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전직 개그우먼이자 현직 방송인이며, 결정적으로는 나보다 1년 수입이 적어도 100배는 더 많을 김미화를 옹호할 결심을 하게 되다니 말이다.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다들 짐작하는 대로 나는 김미화를 썩 좋아하지 않다. 솔직히 얘기하면 몹시 싫어하는 편에 속한다. 나, 강남좌파 유형의 인간들 엄청 밥맛으로 생각하는 건 당신들도 알잖아. 그런데 사람을 쫓아내는 데도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 김미화가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으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줄 필요조차 없이 당장 잘라야 마땅할 게다.
(1)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 살처분한 매립지에서 새어나오는 침출수 가지고 유기농에 사용할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황당무계한 궤변을 지껄인 경우
(2) 자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에게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처럼 “공부 좀 하라!”고 무례하고 오만하게 면박을 준 경우
(3) 강원도 모처에다가 펜션 한 채를 빌린 다음에 그곳을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는 전화방으로 이용하다 적발된 경우
김미화는 위에 언급된 세 가지 결격사유들 가운데 단 하나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그가 맡은 프로가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다른 방송사들의 경쟁 프로그램에 당연히 밀리지도 않았고. 그러니 무식하게 책상 빼버리는 방법으로 MBC 문화방송에서 몰아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비록 자진하차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이게 순전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데 불과함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통성기도 하느라 저려진 다리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다른 사람들 조인트 마구 까대는 극성맞은 할렐루야들 빼놓고는 다 알 터.
더군다나 김미화는 요즘 들어서 공공연한 반정부적 태도를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지 위해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해온 인상이 짙다. 우리가 김미화의 책을 잡아야 한다면 그와 같은 기회주의적 모습들부터 물고 늘어져야 옳다.
그러나 그러기도 참 거시기한 게 그녀는 결국 광대일 뿐이다. 광대에게 정치적 수미일관함을 요구하는 것 자체부터가 난센스다. 김미화가 김민석이나 원희룡처럼 학생운동 경력을 발판으로 삼아서 출세한 족속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추측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미화를 너무나 좋아하고 아끼는 까닭에 그녀를 근거 없는 음해와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고자 일부러 방송현장에서 물러나게 한 건 아니었을까? 이제는 대중에게 별다른 신선함을 주지 못하는 그녀의 스타성을 되살리는 전략으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구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MB가 선호할 듯싶은 김미화 몸값 올려주는 방식을 정작 김미화 본인은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으리란 점이다.
기껏 써놓고 보니 안상수 씨의 보온병 개그에 버금가는, 망상 가득한 희대의 개드립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좀 이해해 달라. ‘마사지 걸 발언’에서 드러났듯이 청와대의 그분께서 원체 독특한 취향을 지닌 양반이시라 그렇다.
김미화를 정말로 골로 보내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하다. 그녀를 원래의 제자리로 돌려놔서 나 같은 강북좌파에게 지금처럼 계속 욕먹게 하는 거다. 강남좌파 김미화가 강북좌파에게 집요하게 비판당하는 광경이 가슴 아픈 탓에 강남우파인 현 대통령은 김미화를 혹여 누가 볼세라 꽁꽁 감춰두고 싶었던 게 아닐까?
‘돌싱’ 서태지도 이지아가 상처 입을까봐 결혼한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고 하던데…. 사람이건 물건이건 꼭꼭 누를수록 나중에 더 강하게 튀어 오르는 법임을 문화 대통령이든 진짜 대통령이든 왜들 그토록 모르는지.
출처:수복(본칼럼은 유료칼럼이므로 무단전재 퍼가기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