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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원전 방사능 유출과 북아프리카에서의 반정부 유혈데모 등으로 요즘 우울한 뉴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영국인들은 환한 표정이다.
왕위 계승자인 윌리엄왕자의 결혼식이 오는 29일 상오11시 런던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되기 때문이다. 신부는 왕자와 동갑이며 대학동창(세인트 앤드류스대)인 올해 29세의 케이트 미들턴. 어머니는 스튜어디스 아버지는 브리티시 에어의 간부출신인 평민이다.
찰스왕자와 다이애나비의 불행 속에서 자란 윌리엄에 대해 평소 영국국민들이 동정해온 탓으로 '윌매니아'로 불리는 윌리엄왕자 인기선풍이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윌리엄의 결혼식에 국민들이 흥분하고 있는 것은 그가 누구보다 평민적이고 없는 사람의 편에서는 왕이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다이애나의 영향이 크다. 윈저가로부터 버림을 받은 다이애나는 아들 윌리엄과 해리에게 "너희들은 제발 윈저가 사람들을 닮지마라"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 했으며 항상 평민 편에 서서 사물을 보도록 두 아들을 교육 시켰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윈저가에 대한 보복이기도 했다.
남편과 엘리자베스여왕의 사랑을 받지 못한 다이애나는 아들사랑이 지극 했으며 특히 맏아들인 윌리엄에 대한 집착은 비정상적일 정도였다. 여행 도중에도 매일 윌리엄과 통화 했으며 파리의 교통사고 당일에도 아들들에게 전화해야 한다며 호텔로 서둘러 돌아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여왕은 다이애나 장례식에서 윌리엄과 해리왕자가 어머니의 관을 따라 걷는 것을 반대 했으나 윌리엄이 "그것만은 여왕의 명령이라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우겨 여왕의 양보를 얻어낼 정도로 자기생각을 굽히지 않는 소신파다.
윌리엄은 왕자이면서도 매우 성격이 평민적이다. 다이애나가 파키스탄 출신 심장외과의사 칸과 데이트하면서 윌리엄에게 "엄마가 무슬림과 결혼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묻자 "어머니가 좋다면 나도 찬성 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다. 그의 어머니 사랑은 지극해 이번 결혼식에서 케이트에게 줄 결혼반지로 어머니(다이애나)가 끼던 결혼반지를 택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다이애나와는 사이가 나빴으나 손자인 윌리엄왕자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할머니의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여왕은 6년 전 열린 찰스왕자 카밀라의 결혼식에는 참석하지도 않았으나 이번 윌리엄왕자의 결혼식은 피로연을 직접 주관하는 등 최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여왕은 아들보다 손자에게 왕위를 인계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위계승권자의 결혼은 여왕의 재가를 받도록 왕실규정이 정하고 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며느리들로부터 너무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제2의 다이애나' '제2의 퍼기(앤드류왕자부인)'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위해 손자들의 데이트에 대해 항상 측근들로부터 보고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리엄이 케이트 미들턴과 교제하는 것은 환영했다고 한다.
다이애나비의 비참한 최후 때문에 그동안 영국왕실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되었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이를 회복하느라 여왕자신도 세금을 내도록 법을 고치는등 파격적인 결단을 내려 이미지 회복에 안간 힘을 쏟아왔다.
윌리엄왕자의 결혼식은 단순한 왕실의 경사가 아니다. 영국왕실의 이미지 재건 기회이기도 하다. 그의 결혼식은 서민적 국왕의 출현을 알리는 영국의 새로운 탄생의 계기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철/미주 한국일보 고문/전 주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