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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여야의 대권주자로 나서게 될까?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앞서고 있고, 야권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여야 모든 대권주자들을 통틀어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손학규 대표는 진보계 유력주자군 선호도 조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근소한 차이나마 앞선 상태다.
하지만 이들 유력 대권주자들이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을 통과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경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두 주자가 모두 치명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여권 쪽을 살펴보자.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여당이 정권재창출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런 후보를 적극 지원하는 게 상식이고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한나라당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정상적이지도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지지율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박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로서 실세가 아니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친이(친 이명박)계다.
친이계는 ‘정운찬 카드’나 ‘김태호 카드’와 같은 사례에서 보았듯이, 어떻게든 ‘박근혜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세종시 문제 역시 ‘박근혜 죽이기’ 일환이었다는 게 정치 평론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처럼 당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세력이 끊임없이 박 전대표의 발목을 잡으면, 경선을 통과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친이계 내에서도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친이 핵심 인사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 "지금 선거가 어렵고 후보가 필요로 하면 지도자로서 당연히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표가 적극 지원해야 하며, 지원 강도는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이 환골탈태를 해야지 박 전 대표도 적극 지원할 의사가 생기지 않겠느냐. 국민이 '저 정도면 한나라당에 기대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때문이다.
실제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 전역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몰살당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뿐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총선 이후에 실시된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친이계는 그를 용도폐기하려 들 것이고, 결국 ‘제 2의 김무성’이나 ‘제2의 전여옥’이 탄생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손쉽게 경선을 통과하려면 별수 없이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게 바로 사지(死地)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0% 초반대로 사실상 ‘죽은 대통령’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국민들이 박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같은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34.0%를 얻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인물이 아닌 정당을 물었을 경우에는 달랐다.
실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37.6%로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 44.6% 보다 무려 7%p나 낮게 나타났다.
결국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박 전 대표가 여당 내 야당, 즉 이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적절한 견제구를 날려주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즉 경선 과정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대통령과 끝까지 일정한 선을 그어야만 본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손학규 대표의 경우는 어떤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한 당내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뿌리 깊은 민주당 당원과 대의원들은 여전히 손 대표를 ‘이방인’ 취급하고 있다. 바로 이들이 손 대표의 대선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들을 끌어안으려면 손 대표가 민주당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즉 손대표의 민주당화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투쟁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손 대표의 ‘확장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의 승패는 누가 중도 표심을 더 많이 끌어오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손학규의 민주당화’는 중도표심을 끌어오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이런 면에서 비록 경선에 걸림돌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손학규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결론을 짓자면 이렇다.
박 전 대표는 지금처럼 MB와 선을 그은 상태에서 경선을 통과해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손 대표는 ‘손학규의 민주당화’가 아니라, ‘민주당의 손학규화’를 이루어 내야만 본선에서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다.
출처:아침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