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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남북정상회담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 <한겨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71.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6.3%에 그쳤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의 70.3%, 민주당 지지자의 76.8%,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89.1%, 국민참여당 지지자의 93.8%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자유선진당 지지자의 ‘공감’ 비율이 57.4%로 가장 낮았다.
즉 남북간 대화의 물꼬를 터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이명박 정부가 먼저 극심한 식량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언젠가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과 식사를 하면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인 있다.
그는 16년 전에 발생했던 북한의 극심했던 식량난을 상기시키며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맹비난했다.
아무리 북한의 정권이 밉더라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북한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식량을 지원했어야 옳았다는 것.
실제 북한은 1995년 여름 이후 수차례의 홍수와 가뭄을 겪으면서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었다
북한의 공식적인 발표는 1995년에서 1998년사이에 22만명 정도가 아사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국제사회는 대체로 200만∼3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북한 인구의 10%를 상회하는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도 YS는 이 같은 상황을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이웃집 어른이 밉다고 그 집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을 방치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분강개했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도 YS처럼 되지 않으려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은 쌀을 지원할 경우, 북한 정권이 다른 용도로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보리나 옥수수와 같은 대체 식량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각설하고, 최근 식량 사정 조사차 북한을 방문했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식량난을 강조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WFP에 따르면 당장 600만 명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실제 북한에 최대 108만6000톤의 식량이 부족하고 43만4000톤의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북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최근 영국을 방문해 고위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60년 만에 북한을 강타한 최악의 한파와 지난해 수확량 부족으로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며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이 대북 지원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측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규모 식량 지원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비핵개방 3000,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 등 전제조건을 겹겹이 엮어 놓아 진전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치 16년 전, YS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려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른 건 다 모르겠다.
다만 우리에게는 쌀이 남아돌아서 걱정인데, 한민족 동포가 굶어죽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여기에 무슨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일본 대지진 참사 후 우리는 일본의 독도침탈에도 불구, 일본 국민을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큼 ‘도발’과 ‘인도적 지원’을 구별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각종 대선공약을 백지화하는데 따른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상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강경책으로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얻어 추락한 지지를 만회하겠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그 계산 때문에 우리 한민족이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다.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