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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양건)는
8월17일 중단된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백두산관광을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시작하며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하였다는 내용으로된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지난 8월10일 평양을 방문하여 다섯차례나 체류를 연기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킨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의 뚝심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한편 체류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현정은 회장은 오전 9시 30분 평양을 출발하여 오후 2시경 귀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현정은 현대 회장의 방북성과는 그동안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우리 정부와 북한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아 경색 국면을 풀어내는 현대그룹의 역할에 환페이지를 더하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이번 방북 과정에서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은 물론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굵직한 성과가 나오면서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현대그룹의 위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평양 방문길에 올랐던 방문한 현 회장은 5차례 귀환을 연기한 끝에 16일 김 위원장을 만나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백두산 관광 시작, 올 추석 이산가족 상봉, 북한 지역 출입ㆍ체류 원상회복에 합의했다.
앞서 현대아산 유성진(44)씨도 현 회장이 방북한 후인 지난 13일 억류된 지 136일 만에 무사히 국내로 귀환할 수 있었다.
현대그룹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7일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주요 합의 내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도출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공동보도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2009년 8월16일 평양을 방문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일행을 오랜 시간 접견하시고 따뜻한 담화를 하시면서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주시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는 이번에 합의가 성사되는데 김 위원장과 현대가의 인연이 또다시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실제로 현대그룹은 남북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적극적인 대북사업을 펼쳐 양측의 관계를 개선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 시작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다.
정 명예회장은 1989년 1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만나 금강산 관광 사업의 기초가 된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이후 대결적 남북관계를 뚫고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소떼 방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으로 물꼬가 트인 현대의 대북사업은 남북 영농사업, 평양체육관 건립, 남북농구경기대회, 서해안 공단개발 사업 등으로 발전했고, 1999년 10월 정 명예회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두 번째 면담을 했다.
당시 현대의 대북사업은 단순히 일개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떠나 남한 정부의 강력한 화해 의지를 보여준 결과물로 평가받았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발발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도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구축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사업의 상징적 존재가 된 현대그룹은 1999년 대북 관광을 주 사업으로 하는 현대아산을 설립하고 활발한 대북사업을 펼쳐왔다.
현대아산은 2000년 8월 금강산.개성 특구 지정 및 인프라 사업권을 북측과 합의하면서 북측의 사업파트너로 성장했으며, 2002년 9월에는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에 착수했다.
2002년 11월 금강산, 개성 특구법이 채택되면서 현대아산은 이들 지역에서 관광 및 공단 조성 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2003년 6월 개성공업지구 착공에 이어 2003년 8월에는 금강산 육로관광을 시작했다.
2003년 10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완공해 남북 간 화해 협력에 기여했고, 2004년 6월 개성공업지구 시범단지 준공, 2005년 6월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 돌파, 2005년 8월 개성관광 시범관광, 2007년 12월 본 관광 시작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정 명예회장의 별세 후에는 아들인 정몽헌 회장이 대를 이어 대북사업을 열성적으로 추진했으나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지고 정 회장이 특검 수사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현대의 대북사업은 시련기를 맞는다.
그러나 정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시아버지와 남편의 유지를 이어받아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대북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대그룹은 2005년 현 회장과 김윤규 전 부회장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북한이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파트너였던 김 전 부회장의 퇴장에 반발하면서 대북사업을 중단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특히 이듬해에는 미국 정부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달러 파이프 라인'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목하고 중단을 요구하면서 현대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대북 관광사업은 급기야 지난해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돼 지금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단 한 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사업을 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밝혀왔으며,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의 억류 사건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한 대북 사업과 경색된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이번 평양행을 추진했다.
결국 이번 현 회장의 방북으로 남북 관계를 얼어붙게 했던 유씨 억류 사건이 풀리고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의 성과물이 나왔다.
현대그룹 `오너 회장'들의 강한 집념이 소원해졌던 남북 간의 거리를 또다시 좁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양건) 사이에 발표된 5개항의 공동보도문은 아래와 같다.
공동보도문은 이 같은 합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을 면담하면서 현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준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동보도문 전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2009년 8월 16일 평양을 방문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일행을 오랜 시간 접견하시고 따뜻한 담화를 하시면서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주시었다.
이에 따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은 다음과 같이 실행할 것이다.
1.중단된 금강산관광을 빠른 시일안에 재개하며 금강산 제일봉인 비로봉에 대한 관광을 새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취해주신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다.
2.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역사적인 10.4선언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하였다.
3.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이 정상화되는 데 따라 개성관광을 곧 재개하고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4.현대는 백두산관광을 위한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관광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5.우리 민속명절인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쌍방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표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