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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나라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대해 ‘천당 아래 분당’ 혹은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며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지칭했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안방’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분당 을’에 나타난 민심은 그게 아니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차기 여야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야말로 피 말리는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 지역은 야당이 결코 이길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여겨졌었다.
실제 분당 을에서 한나라당은 언제나 우위를 차지했다. 지난 16대(2000년)와 17대(2004년)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50%대 지지율로 승리했고,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71%대까지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야권 단일 후보로 나온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도 분당에서는 힘없이 무너졌다. 현 성남시장인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도 이 지역에서 만큼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무려 8.6% 차로 뒤쳐졌을 정도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민심이 무섭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분당 을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한나라당에게 충격적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가상 맞대결에서 46.0% 대 40.6%로 손대표가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친이계가 공을 들이던 정운찬 전 총리와의 맞대결에서는 15.5%포인트 차로 그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 역시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일 발표된 '한국리서치-중앙일보'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는 한나라당 강재섭 33.6%, 민주당 손학규 34.6%로 백중세를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코리아리서치-동아일보'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결과 역시 강 후보 44.3%, 손 후보 42.7%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사실 강재섭 전 대표는 분당 을에서 15년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분당 토박이’라고 불릴 만하다.
반면 손 대표는 분당을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더구나 강 전 대표는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고, 손 대표는 야당의 대권주자로 모두가 중량감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런데 왜,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고 일컫는 한나라당 안방에서 민주당 후보인 손학규 대표가 비록 박빙이지만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바로 ‘반(反)MB’ 민심 때문이다.
실제 손대표가 전통적인 여권 성향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 대표와 강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15.6%가 오히려 강재섭 전 대표보다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던 지역 유권자 중 무려 30.4%가 이번에는 손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를 볼 때, 이명박 대통령 지지층의 상당수가 등을 돌린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손 대표는 사실상 ‘반(反)MB’ 민심의 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반(反)MB’ 민심이 민주당 지지 쪽으로 완전하게 선회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43.1%로 여전히 민주당(27.4%)을 크게 앞서고 있다.
어쩌면 현재의 민심은 ‘반(反)MB 비(非)민주당’일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이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나타났을 때 민심은 곧바로 그쪽으로 쏠려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이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MB에게 등 돌린 민심이 민주당마저 버릴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