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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홍철 지역발전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발전 현안들을 꼼꼼히 챙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정말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이 같은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봇물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인지 아리송하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지역균형 발전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써왔기 때문이다.
우선 현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 시키려고 하다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야권 및 충청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일이 있다.
최근에는 역시 국토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영남권 신공한 건설 문제를 백지화 시키고 말았다.
반면 정부는 노골적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도모하는 정책을 시행하려하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는 11일께 관보 게재로 시행될 예정인 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에 들어설 수 있는 기업은 현행 156개 품목에서 277개 품목으로 대폭 늘어난다.
특히 내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경부는 규칙 개정안 시행에 따라 ▲현대모비스 화성 공장 증설(500억원 투자) ▲KCC 여주공장 증설(2조원 투자) ▲프렉스코리아 용인 공장 증설(1180억원 투자) 등 구체적 투자 계획을 이미 수립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규칙개정으로 경기도에 무려 5750여개의 공장이 새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개정안이 시행돼 수도권에 투자가 집중될 경우 가뜩이나 벼랑 끝에 몰린 지역경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지역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날 '국가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소속 의원 12명이 긴급 모임을 갖고, "현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사회, 동반성장이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의 이유로 ‘경제성’을 들먹였고,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면서 ‘효율성’을 거론했다.
물론 이런 주장들이 대기업 CEO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적은 투자로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운영은 기업의 운영과 차원이 다르다.
국가 운영은 비록 효율적이지 못하거나, 당장 경제성을 추구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금 바로 투자해야할 때가 있는가하면, 전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상식적인 사실을 잘 몰라서 국토균형발전을 포기하고, 수도권 집중화를 도모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뭘까?
아무래도 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의 표심을 노리고 이런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친이계 중심의 수도권 정당 만들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작년 세종시 의총 당시 친이계 현경병 의원은 "한나라당은 수도권 정당"이라고 노골적으로 규정했었다.
당시 현 의원은 "향후 대선은 수도권이 향배를 가름한다"며 "2029년에는 서울, 경기, 인천 인구만 50%를 넘을 것이다. 이런 점은 정치공학적 차원을 고려해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즉 수도권 표심을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에 친이계의 목표는 먼저 한나라당의 텃밭을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인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별도의 정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국토의 균형발전을 포기하고, 수도권 집중화 정책을 모색할 수 있겠는가.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