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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경남 김해을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다.
이러다 유시민 대표가 ‘제 2의 노회찬’이 되는 것이나 아닌지 염려스럽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화를 거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도운 일등공신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의 지지율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그의 지지율은 한 때 10%대를 상회했고, 언론은 노 전 대표를 야권 유력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그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지금은 아예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조차 부끄러울 만큼, 그의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참여당이 민주당과의 야권후보단일화를 거부함으로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당선의 일등공신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유시민 대표에게 ‘제2의 노회찬’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불행하게도 그럴 조짐이 보인다.
희망과대안·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4·27 재보궐선거 김해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한 협상이 국민참여당의 거부로 결렬됐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참여당은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고비용 불공정 경선’이라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먹였지만, 명분이나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뭘까?
유시민 대표의 발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지난 달 24일 오후 10시 30분 시민단체 협상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죽든 살든 정당끼리 책임지겠다. 단일화가 안 돼도 좋다. 6·2 지방선거 때처럼 정당끼리 막판 단일화할 테니 능력 없는 시민단체는 빠져라"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 발언은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시민단체의 관계가 전한 말이니, 약간의 과장이나 가감(加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발언 내용의 골격에 대해서는 다수의 참석자가 인정하고 있다.
즉 유시민 대표가 독자적으로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타결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양당 간 정치협상으로 쟁점을 매듭지으면 시민사회단체의 중재안보다도 훨씬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의 현란한 말솜씨가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참여당의 제안에 응할 뜻이 없음을 누차 피력한 바 있다.
시민단체가 중재에 나선 이상 유시민 대표와 따로 만나 정치적으로 조율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시민단체가 후보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에도 이런 민주당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유시민 대표와 따로 만나 전격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고 선언하는 '깜짝쇼'가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결국, 김해을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민주당 후보와 참여당 후보가 표를 갈라 먹는 3파전양상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로 인해 국민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MB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하는 희생적 결단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대표가 ‘MB 정권 심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간 함께 고생한 시민단체 대표들을 배제한 채 정치권끼리 결탁해 협상결과를 깜짝 발표하는 것은 결코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상식과 원칙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유 대표는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후보단일화에 나서라.
장담하건대 참여당 후보를 끝내 고집, 그 후보가 김태호 후보 당선에 결정적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유시민 대표 역시 ‘제2의 노회찬’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