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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동남권 신공항 약속을 뒤집고 말았다.
이로 인해 국제공항 유치를 갈망하던 영남권 민심이 들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각각 밀양과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며 둘로 쪼개졌던 영남권 민심이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에는 한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먼저 대구와 경북지역의 민심을 들여다보자. 밀양 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는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린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과 한나라당에 대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지라며 탈당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실제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한 대구지역 의원 11명 가운데 2~3명이 반대해 이 내용을 회견문에는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시민들도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 됐다는 소식에 언제까지 인천공항까지 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허남식 부산시장은 "정부가 신공항 건설에 대해 강한 의지가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가하면,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터뜨리는 이런 상황들은 결국 조기레임덕을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뒤집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세종시 문제도 대통령은 수정안을 통해 당초 자신의 약속을 뒤집으려고 했었다.
그로 인해 충청권 민심이 격노했고, 지금도 충청권에서는 MB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대체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자신의 약속을 뒤집거나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려면 먼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충청권 세종시 백지화’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바로 그 두 가지 사안 모두 ‘수도권 집중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동남권 신공항이나 충청권 세종시는 수도권의 양보를 바탕에 깔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신공항 건설을 찬성하거나 세종시 건설을 찬성할 경우, 영남권과 충청권 표심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오히려 표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를 반대하면, 영남권과 충청권 표심을 잃겠지만 수도권 표심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동아일보가 창간 91주년을 맞아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에 대해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6.4%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컸다.
대구. 경북과 관련이 깊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무려 56.8%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이 있는 대전·충청에서도 55.9%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30.8%)과 경기·인천(32.1%)에서는 비록 1위를 차지했으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어떤가.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지지도가 하락한 반면 서울에서는 오히려 상승했다.
그렇다면, 혹시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 뒤집기는 의도된 것이 아닐까?
즉 친이계가 주축이 된 수도권 정당 만들기의 일환으로 일부러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수도권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앞서 필자는 지난해 2월 8일 <親李, 수도권 정당 만들기>라는 제하의 칼럼에서도 이 같은 의구심을 나타낸 바 있다.
즉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한 MB와 친이계가 영남권을 주요 기반으로 한나라당과 갈라서고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MB 신당’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남권 신공항과 충청권 세종시를 백지화해 수도권 표심을 끌어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반(反)MB’ 성향이 팽배해 있는데, 친이계의 뜻대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