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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포용은 강남 퍼주기로 직결되기 마련
김 - 정당정치의 복원, 이 부분은 우리가 놓친 부분이 너무나 많네요. 그럼 진보세력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反한나라당 진영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2012년 대선에서의 희망이 전무하다고 보시는지요?
공 = 이번 방담의 도입부에서 제가 이미 천기를 누설하지 않았습니까? 非영남-反강남을 하자고!
김 - 비영남-반강남?
공 = 비영남-반강남의 가치와 노선에 어울리는 정상적인 정당정치를 실천하자는 겁니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정부 당시의 민주당이 비영남-반강남의 기조에 가장 가까운 정치를 보여줬습니다. 그때의 새천년민주당이야말로 우리나라 역대 정당들 가운데 비영남-반강남에 제일로 근접했던 당이에요.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민주당 분당으로 인해 비영남이 그만 무너졌습니다. 영남포용 정책은 친강남으로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주민들의 대대수가 원적이 경상도입니다. 영남을 포용하자는 것은 단순히 영남의 민중, 곧 영남의 평범한 서민층에게 다가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속내를 뜯어보면 서울, 정확히는 강남벨트에 거주하는 출세한 영남 엘리트들의 환심을 사자는 겁니다. 어차피 세상의 이치란 건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법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영남 퍼주기가 무엇으로 귀결됐습니까? 순혈 강남 정권인 이명박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친노그룹이 제창하고 민주당 일각에서 화음을 넣고 있는 영남 중시론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종국에는 강남 정권 재창출의 도우미로 타락하고 말 겁니다. 영남과 강남이냐? 호남과 강북이냐? 더는 대답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질문입니다. 그 정답은 노무현 정권이 반면교사가 되어 일찌감치 확연하게 알려줬고요.
인터뷰 말미니까 제가 예화를 하나 들게요. 김욱 교수가 지은 ‘영남민국 잔혹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보면 노무현 정권 말기에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출신지역 분포도가 나옵니다. 제가 ‘영남민국 잔혹사’를 읽은 지가 꽤 오래된 탓에 정확한 숫자까지 기억은 못합니다만 거기에 보니까 수석비서관급 이상 되는 청와대 핵심 보좌라인 중 호남 태생은 딱 두 명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아닌 노무현 정부 때. 특히 ‘참여정부는 부산정권’이라는 망언을 서슴없이 해댄 문재인 씨가 완전히 청와대를 쥐고 흔들 때. 그래서 어떤 우스운 일이 생겼느냐면 정세균 씨가 당대표를 맡았을 적에 민주당에서 이명박 정부의 영남편중 인사정책을 규탄한다면서 정부에 그에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민주당이 요구한,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에 임명된 사람들에 관한 인사자료를 내놓았거든요. 아마 참여정부와 MB 정부를 비교한 자료였을 겁니다. 그런데 허걱! 참여정부 때 영남출신 비율이 오히려 더 높았던 거야. 그러니까 민주당이 할 말이 없어. 정세균이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흐흐흐
영남을 먹기 위해서는 강남을 안아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이건 절대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요. 강남을 안는 게 왜 문제냐? 강남을 안으려면 서민들을 소외시켜야 하거든요. 그 악순환의 틀을 이제라도 깨야죠. 나는 조국 씨 같은 사람들이 진보 안 해줘도 된다고 생각해. 서민대중을 배신해가면서 조국 같은 사람들을 포용하느니, 그런 사람들을 차라리 철천지원수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많은 서민들을 감싸안아주는 것이 저의 정치적 지향점이고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당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요. 왜 그러냐? 한국정치에서는 한 명의 조국을 안기 위해서, 바꿔 말하면 한 명의 강남좌파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천 명, 만 명의 강북서민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 - 2003년의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사태가 다시금 떠오를 수밖에 없네요.
공 = 그 대목이야말로 제가 평생 동안,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과오입니다. 그때 민주당 분당에 찬성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니까.
김 - 그렇지만 2002년 대선정국에서 나중에 ‘후단협’으로 이어진 반노세력이 민주당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지 않았습니까? 그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안에서는 더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따로 여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진 건 아닐까요?
공 = 그 과정을 복기하면 후보 시절의 노무현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의 노무현은 그 위상과 영향력이 원천적으로 다릅니다. (버럭 하는 소리로) 한마디면 다 평정돼요! 당시에 노 전 대통령한테 가장 드세게 저항했던 사람이 정균환 씨와 박상천 씨였습니다. 그런데 후문을 들어보니까 그 양반들 모두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백기 들고 왔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말 잘 듣겠습니다.” 하면서.
김 - 박상천 씨가?
공 = 취임 초의 현직 대통령의 위세면 여당쯤은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다 평정할 수 있습니다. 제일 끗발 좋을 시절인 정권출범 직후잖아요. 두려울 게 어디 있고, 거칠 것이 어디 있어? 후보 시절에는 대통령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정을 못했던 겁니다.
김 - 그렇다면 ‘호남당’이란 이미지가 싫어서 떨어져 나왔다?
공 = 결국에는 그런 셈이죠. 민주당 내부의 소요와 혼란이 충분히 평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당을 결행했으니까. 그리고 노 전 대통령 못지않게 책임이 큰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세간에서 ‘천신정’으로 불렀던 사람들이죠. 천신정 트리오의 오판 역시 사태의 악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의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씨가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분당을 밀어붙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분당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항거했던 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였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그 동교동계를 대북송금 특검을 활용해 철저히 무력화시켰죠. 그 결과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호남당의 굴레를 벗어나 자기 맘대로 새롭게 정계개편을 도모할 수 있는 주변 여건이 완벽하게 조성됐던 거죠. 최후의 저항거점이었을 수도 있었을 동교동마저 특검으로 확실하게 무력화시켰으니까. 쑥대밭을 만들어놨잖아.
이병철이 제일모직 저주하며 반도체 했나
김 - 김경재, 조순형, 추미애, 세 명 전부 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에 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왜 민주당 분당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졌다고 보시나요?
공 = 그 사람들은 구태여 분당을 감행하지 않고도 충분히 평정이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거죠.
김 - 그런데 조순형 씨 같은 경우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던 정치인이 아닙니까?
공 = 조순형 씨의 신당론은 신장개업을 가리켰던 겁니다. 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옷을 바꿔 있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어요. 제가 기업인 출신인 어느 정치인과 예전에 잠깐 언쟁 아닌 언쟁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병철 전 삼성회장에 견주게 됐었거든요. 그 분 의견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병철 씨가 의류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 분야로 진출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석해줄 여지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나도 거기에 일정 정도 동의할 수도 있다고 일단 대꾸해줬어요. 그리고 거기에 한마디 더 보태서 반문했지.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 일으키려고 지금까지 삼성그룹 키워준 제일모직 임직원들 일부러 저주하고 원망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이야. 더군다나 이병철이 “후진적인 너희들 때문에 내가 첨단반도체 사업 못하고 있잖아?”, 또는 “너희들이 나 좋아서 삼성 들어왔냐? 현대의 정주영 미워서 입사한 거지!” 하는 황당무계한 푸념과 불평을 공공연히 털어놨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이병철 씨가 회사 발전에 이바지해온 기존의 부하직원들을 모욕하고 창피 주면서 반도체를 개발하지는 않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