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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學而時習知’란 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論語>의 첫머리 구절이어서, 첫머리 두 글자를 따 <論語>의 첫장을 <學而篇>이라 부르는데,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구절의 해석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단어는 ‘時習’인데,제가 何石선생님께 글을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이 단어를 ‘때에 맞춰,또는 계절에 맞춰서’라고 해석하셨습니다.오늘은 이 부분의 의미를, 제가 최근 읽은 <중용(中庸)>의 글귀를 가지고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자님 시대에는 ‘學’이란 곧 ‘禮’를 의미하였습니다.‘儒學’이 생겨난 것은 공자님 이후니까, 공자님시대의 학문이란 곧 ‘禮’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습니다.
춘추시대의 예법은 주례(周禮)가 근본인데,周나라의 예법, 곧 주례(周禮)를 정립한 사람이 주공(周公) 단(旦)이며,이분이 봉함을 받은 나라가 노(魯)나라였으므로,예로부터 여러 제후국 중 노(魯)나라가 비록 국력은 약했지만 종묘제례 등의 예법을 행할 때는 항상 禮를 주도하였습니다.
공자님은 노(魯)나라에서도 가장 예법에 정통한 분이었으므로 당시에 어렵지 않게 추앙을 받았던 것입니다.(물론 공자님의 위대성은 형식적으로 흐르기 쉬운 예법을 정신세계 및 철학의 수준으로 끌어 올린 것이지만요.)
당시의 예법이 얼마나 세밀했는지, 최근 주공(周公)의 제사방법을 말해주는 <중용(中庸)> 18장의 글귀를 읽다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春秋脩其祖廟 陳其宗器 設其裳衣 薦其時食’(봄가을에는 그 조상의 사당을 수리하며 조상의 종기(宗器)를 진열하며,조상의 의상(裳衣)을 펴 놓고, 그 계절에 맞는 음식을 바친다)
저는 여기서, ‘時食’이란 단어를 보고, <論語> <學而篇>의 ‘時習’을 떠 올렸습니다. 먼저 ‘時食’의 내용을 설명한 전(傳)를 살펴보면,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時食 四時之食 各有其物 如春行羔豚膳膏薌之類 是也’(‘時食’이란, 사계절에 맞는 음식을 이름이니,예컨대 봄에는 새끼양(羔), 새끼돼지(豚)를 소기름(薌)으로 조리하여 쓰는 것이다.)
또한 세주(細注)에는 여름, 가을, 겨울의 경우도 다음같이 나와 있습니다.‘夏行腒鱐膳膏臊 秋行犢麛膳膏腥 冬行鱻羽膳膏羶’(여름에는 마른 꿩(腒), 마른 생선(鱐)을 개기름(臊)으로 조리하여 쓰고,가을에는 송아지 고기(犢)와 사슴새끼 고기(麛)를 돼지기름(腥)으로 조리하여 쓰며,겨울에는 날생선(鱻)과 기러기 고기(羽)를 양 기름(羶)으로 조리하여 쓴다.)즉, 예법은 항상 그 때(時)에 맞춰서 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법은 제례(祭禮), 의례(儀禮)등으로 나눠지는데,그중 제례(祭禮)의 작은 부분인 ‘時食’에만도 이렇게 상세히 규정이 되어 있으니,기타의 예법을 배워 익힌다는 것은, 곧 항상 때에 맞는 예법을 배워 익힌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자(程子)가 <論語> <學而篇>의 ‘時習’에 대해 주해한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이해가 됩니다.
‘曰 時習者 無時而不習 坐如尸坐時習也 立如齋立時習也’(‘時習’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때나 항상 익히지 않을 때가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 앉을 때는 시동(尸童)처럼 똑바로 앉음을 익히는 것이고,서 있을 때는 재계(齋戒)를 하는 것처럼 서있는 것을 익히는 등, (앉으나 서나 항상 예법을 익히는 것을 말한다).)
<하태형/(주)소너지 대표이사/서예평론가/경제학 박사(뉴욕 주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