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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6월 카다피의 자동차가 리비아에서 이슬람 과격파의 공격을 받았을 때 함께 타고 있던 아이샤 라는 여성이 카다피의 몸을 덮쳐 그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대신 총알받이를 한 아이샤는 목숨을 잃었으며 뒤차에 타고 있던 여성 7명도 암살단과의 총격전에서 중상을 입었다.이 여성들이 바로 그 유명한 카다피의 '아마조니안' 경호대다.
카다피는 남자 경호원을 믿지 않는다.이들은 언제든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세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40명으로 구성된 여성 경호팀 '아마조니안'만이 카다피를 근접수행 한다. '아마조니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전사족 '아마존'을 의미한다.
이들은 미녀라야 하고 카다피가 직접 인터뷰 한 후 채용하며 충성서약서를 받는다. 또한 경호원으로 있는 동안은 결혼을 할 수가 없으며 무술과 사격에 뛰어나야 한다. 대신 봉급이 많고 복장 등 모든 이슬람 여성제한 규정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카다피(69)는 집권 42년 동안 20여 차례의 암살피격을 당했기 때문에 노이로제에 가까운 암살공포증에 걸려있다. 김정일처럼 비행기 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외국여행도 거의 않는다.또 외국에 가도 호텔에 들지 않고 유목민족 후예임을 내세워 천막생활을 고집한다.
카다피는 왜 서방의 암살목표 명단에 올라 있을까.우선 미국의 경우는 리비아가 미 석유회사들을 제일먼저 국유화 한데다 테러리스트를 지원해 이에 분노한 레이건이 그의 관저를 폭격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자국인들을 모두 추방해 버린데 대해 분개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리비아에 러시아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를 푸틴과 의논하고 있어 미국 등 서방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러시아가 리비아폭격을 비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카다피는 사막 유목민족 베르베르 중 '카다파'부족 출신(카다피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이다.프랑스의 축구스타 지단도 베르베르족 출신이다.그중에서도 카다파 족은 성격이 거칠고 복수심 강하기로 유명하다.
카다피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팬암기 폭파사건(리비아 전 법무장관 증언) 은 미국이 그의 관저를 폭격해 양딸을 잃은데 대한 복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국적군의 맹폭으로 과연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날까.카다피는 자신과 생사를 맹세한 베르베르 부족세력을 확고히 갖고 있다.이점이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다르다. 연합군이 육군을 파견하지 않는 한
카다피 세력은 붕괴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반군세력은 조직화 되어 있지 않으며 미약하기 짝이 없다.공습도 하루 이틀이지 몇 달을 계속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이 리비아상황의 본질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반정부 데모대가 트리폴리를 휩쓸고 벵가지 등을 점령하니까 카다피가 끝장난 줄 알고 "카다피는 물러나야한다"고 오바마가 언급한 것은 약간 경솔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리비아 사태는 내전이다.
만약 미국이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는 나라의 내전에 군사력으로 끼어들기 시작하면 앞으로 바레인이나 사우디에서 데모가 격화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전선을 벌일 것인가. 미국이 리비아 사태를 오판하고 있다.카다피가 죽기 전에는 리비아의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그래서 연합군의 미사일 공격도 카다피의 관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는 암살피격에서 번번이 살아남는 행운을 지닌 사나이다.
미국이 오히려 아프리카의 미치광이로 불리는 카다피의 노회한 장난에 말려들어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이철/미주 한국일보 고문/전 주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