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펀드부터 팔라
- 김 : 이런 글을 쓰신 걸 예전에 봤어요. “2007년 12월 1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는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비약이 아닐까요?
= 공 : 사실 청와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저는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의 상황을 잘 기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일은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의 퇴임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대한민국에서는 딱 두 군데에서 풍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포항과 김해. 나머지 지역들은 우울했죠. 그런데 문제는 포항과 김해의 봉하마을 두 곳에서만 북 치고 장구 치고 온갖 난리를 피더라고요. 그때 저는 이런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러면 하늘이 분노할 텐데….”
그리고 BBK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 않습니까? BBK 사기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찰 고위간부들 누가 임명했습니까?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또 웃긴 게 자세히 보세요. 법무부나 국가정보원처럼 공안과 관련된 부처들 있지 않습니까?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갈 때 나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공안 분야를 책임지는 얼굴들은 거의 바뀌지 않았더라고. 대표적인 사람이 김성호 씨입니다. 전임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일했던 인물이 다음 정권에서 국정원장에 발탁됐습니다. 그것도 여야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허허허…. 참고로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 했던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다 콩밥 먹었습니다.
- 김 : 노무현 정권에 있던 사람들이 한상률 씨처럼 MB한테 가서 충성맹세를 하고서 계속 자기들 지위를 보장받았다는 해석도 있던데요.
= 공 :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가 그런 사실들을 몰랐겠습니까?
- 김 : 레임덕 현상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 공 : (언성을 높이며) 손을 못 썼다고요? 그런 분석이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진짜 모독입니다. 그렇다면 당시의 노 전 대통령은 ‘산 무엇’이었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렇잖아요? (잠시 숨을 돌리고) 오늘 대화의 주제가 강남좌파잖아요. 강남좌파란 게 요즘 부상한 현상인데 따지고 올라가면 그 흐름이 있습니다. 너무 멀리까지 가지는 맙시다. 1995년 즈음해 결성된 통추, 즉 국민통합추진회의의 구성원들이 지금의 강남좌파의 원류입니다. 강남좌파란 건 과대포장된 존재들입니다. 왜 과대포장이냐? 강남좌파가 나옴으로써 한나라당이 손해 볼 건 없어요. 강남좌파가 설침으로써 누수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발생합니다. 한나라당이 누수 될 게 뭐가 있습니까? 전혀 없지.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니까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독립된 투표구라고 하더라고요. 잘 사니까. 흐흐흐…. 타워팰리스에서 투표결과가, 제가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안 나지만, 2000 대 60쯤 됐을 겁니다. 이명박 2,000표, 정동영 60표. 2000 대 600이 아닙니다. 문제는 뭐냐? 넓은 이미에서 좌파서적 읽어본 사람이 타워팰리스에서 60명의 몇 배는 되지 않겠습니까? 강남부자들 의외로 교양 있어요. 전체 주민 중에 마르크스가 쓴 책 읽어본 비율을 계산하면 틀림없이 강남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을 겁니다. 비율 제일 낮은 데는 도봉구일 테고. 안다는 것과 행동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다른 겁니다.
강남좌파들이 왜 욕을 먹겠습니까? 우리 잠깐 모택동 얘기 한번 해봅시다. 물론 나중에 나쁜 짓도 많이 하긴 했지만 모택동이 왜 훌륭한 사람이냐? 모택동은 자신과 가까운 데서부터 혁명을 한 사람입니다. 가령 그는 “전 중국의 부르주아지를 타도하자!”는 글을 쓰기에 앞서서 역시나 부르주아의 한 사람이었던 자기 아버지부터 들이박은 인간이에요. 강남좌파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정말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펀드부터 팔아야죠. 펀드부터! 남들한테는 재테크는 옳지 않다고 하면서 자기들은 수중의 펀드 왜 안 팔아?
강남주민 중에서 진보적인 사람이 10퍼센트 정도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10퍼센트가 자기들 집 전부 매물로 내놓으면 강남 땅값 저절로 떨어집니다. 그럼 누군가 시비 걸겠지. 그 사람들이 매물로 내놓으면 다른 사람이 살 거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거 못 삽니다. 예컨대 10억 짜리가 9억 된다고 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걸 사들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강남좌파란 게 다른 게 아닙니다. 경제적 토대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혀 안 하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조금 전에 조국 씨에 관한 신문칼럼을 잠깐 봤습니다. 김순덕 씨라고 동아일보에 있는 이상한 아줌마 있잖아요? 아줌마, 그 아줌마, 참 웃겨, 흐흐흐. 더 얘기하면 명예훼손이니까….
- 김 : 이상한 정도까지는 뭐, 하하하!
= 공 : 그 아주머니가 쓰신 글을 보니까 조국 씨가 트위터에서 미국의 노엄 촘스키 교수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난 실은 촘스키도 별로 마땅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유대인이면서도 항상 유대인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촘스키란 사람의 특징이 뭐냐면 멀리, 멀리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횡포는 규탄해도 자기 이웃에 사는 유대인의 만행은 규탄하지 않아요. 즉 강남좌파란 거는, “개혁해야 한다. 어디부터? 나와 먼 곳부터!” 모택동은, “개혁해야 한다. 어디부터? 우리 아버지부터!” 그래서 모택동이 자기 아버지한테 먼지 나게 두들겨맞았죠. 흐흐흐.
조국 씨가 강남좌파의 선두주자로서 해야 할 일은 뭐냐? 나는 조국 씨에게 정중히 부탁합니다. 한나라당 때려 부수는 거 기대도 안 해요. 대신 민주당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기에 앞서서 당신 동네 부녀회부터 개혁하세요. 그리고 서울대 먼저 개혁하세요. 나는 지금까지 조국 씨가 서울대에 대해서, 또는 자기 동네인 강남의 부녀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했다는 소식을 별로 듣지 못했어요. 그게 바로 조국과 모택동의 차이입니다. 모택동은 자기와 가까운 데서부터 출발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조국은 항상 자신과 먼 데서부터 변화시키려고 하지만요.
조국은 개념 없는 사람
- 김 : 그 점, 즉 강남좌파 논란에 대해서 그동안 조국 교수가 말한 내용이 꽤 있지 않나요?
= 공 : 조국 씨가 머리는 좋을 수가 있죠. 서울대 교수라니 좋지 않겠어요. 그런데 개념은 없는 사람에요. (이 대목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강남좌파, 그건 욕이에요. 남들은 욕으로 하는 건데 그걸 혼자 고맙다면서 칭찬으로 받아들여. 그러다간 나중에 심지어 ‘강간좌파’라고 해도 좋아할 것 같아. 나 강간좌파 맞다면서. 그것도 좌파는 좌파니까. 강남좌파는 욕이에요. 아니, 남들은 욕하는 건데 그걸 좋다고 받아들이다니. 그게 뭐야? 등신이지. 머저리고. 진짜 개념 없는 사람입니다.
- 김 : 그런 비판에 대해서 다 받아들인다?
= 공 : 그게 욕인지도 몰라. 남들은 자기 욕하는 건데 그게 욕인지를 몰라요.
- 김 : 서울대학교 문제와 관련해 조국 교수는 “서울대를 없애는 것은 반대하지만, 그 대신에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 학벌사회의 원흉처럼 돼버린 서울대에 집중된 여려 권력들을 분산시키자.”는 방안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 공 : 조국 씨가 각광받는 것도 조국이란 인간 자체가 훌륭해서는 아닐 겁니다. 결국은 소위 스펙의 힘입니다.
- 김 : 스펙….
= 공 : 한국에서 강남자파만큼 스펙 많이 따지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만일 제가 고졸이라면 차라리 한나라당을 찾아갈망정 강남좌파한테는 연락 안 합니다. 조국 씨가 촘스키를 거론했다는데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촘스키를 아는 비율이 몇 프로나 되겠습니까?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주 유명하신 여성 진보 정치인이 계십니다. 여기까지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