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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 잘하셨지요.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러시면 오페라는 며칠 전 관람해봐서 아실 테고, 혹시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보셨나요. 장로님이라서 중이 나오는 영화는 어쩌면 하품이 날 수도,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잘 만들었고 또 제법 건질 게 있어 먼저 소개하고 할 말 하겠습니다.
<생성의 봄. 개구리, 물고기, 뱀을 잡아 괴롭히는 장난에 빠진 아이가 잠든 사이 노승은 등에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아이가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은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눈치 챈다. 소녀가 떠난 후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고..., 그 후 십 여 년 만에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산사로 들어온 남자가 가을단풍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못 이겨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노승은 그를 모질게 가르친다.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린 남자가 떠나자 노승은 홀로 다비식을 치른다. 중년이 되어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는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닦으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어린아이를 남겨둔 채 떠난다. 노인이 된 남자는 동자승과 함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는데, 동자승은 그 봄의 아이처럼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멩이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며 해맑게 웃는다.>
<업(業) - 욕망 - 분노 - 비움 -다시 업>의 순환을 사계절에 오버랩한 이 영화의 줄거리에 함축된 섭리는 자업자득과 인과응보 그리고 결자해지지요. 워낙 아시는 게 많은 분이라 친절한 설명은 외려 실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많은 업을 쌓으셨지요? 그 업은 후세에 남길 업적일 수도, 갚아야 할 인과응보의 업일 수도 있습니다. 알기로는 갚아야 할 업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업의 순환에서 님은 <비움의 계절>에 있습니다. 그런데 님은 <결자해지의 비움>보다는 새로운 업을 짊어지셨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아주 무거운 업.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움의 계절>에 얻은 정치적인 업은 말 그대로 <비움의 정치>를 실천해야 하는데 님은 <욕망의 정치>를 하셨습니다. 나라를 위해 죽어라 일만하는데 뭐가 <욕망>이냐고 <진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경제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라도 권력을 잡았을 때 가진 자와 내 패거리는 챙겨주겠다는 욕심이 펄펄 끓습니다. 낙하산 인사, 4대강 사업, 종편사업, 형님예산은 그 결정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애들 밥그릇 빼앗고 극빈층 지원까지 끊거나 줄인 예산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건 욕심 중에서 가장 추한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것이 경제를 잘 안다고 자찬했던 전문가의 작품이라면 그 경제는 <패거리 경제>요, 그 전문가는 <보스>일 뿐입니다.
국정요? 정책적 논란, 인사파동, 종교적 편견, 대북관계냉각 등 숱한 혼란은 나만 잘났다는 독선과 고집이 낳은 결과라는 게 중론입니다. 아니라고 하시겠지요. 좋은 건 내 탓, 나쁜 건 노무현이나 국민 탓이니까요. 단 한번 <내 탓>을 하신 적이 있었지요. <촛불>에 데여 아침이슬 부르시며 <반성>하셨는데, 억울하셨는지 <국민이 반성해야> 하셨지요. 아직도 연설 때마다 자찬 후 나 잘났다는 듯 국민을 훈계하십니다만 이미 <정직>, <준법>, <법치>, <국운융성>, <공정사회>등 좋은 말은 다 쓰셨고 쓴 말은 권위를 잃었습니다. 공자, 맹자를 등에 업고 말씀하셔도 학동들은 그 시간에 졸거나 차라리 만화를 한편 봅니다.
지금 대통령의 계절은 가을, <분노>입니다. 업을 뿌린 수확일까요. 포탄이 날아들고 소 돼지 백 수십만 마리를 제물로 바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집단행동을 보이지 않지만 민심도 벼르빡에 대고 욕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도 슬슬 심사가 틀어지고 있습니다. 다급하게 덮었던 각종 게이트들의 악취도 분출할 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님의 충견들도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백두산 아래 용암과 같은데, 혹시 눈치 채시고 <인의 장막>을 치려하셨나요? 그렇다면 말 그대로 <파멸>로 갑니다. 임기 중엔 어떻게 하든 틀어막을지 모르나 그 후 백담사는 <제 2기 수련생>을 맞으러 방 하나 비워야할지도 모릅니다. 허투루 듣지 마십시오. 청와대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을 보고 찔리는 게 있으면 그게 증거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비움의 정치>를 하십시오. 내가 내 재산까지 다 기부하고 월급까지 내놓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하시겠지요. 국민이 돈내놓으라고 했습니까? 표를 얻기 위해 스스로 약속하신 겁니다. 자발적 기부가 아니니, 상업적 계산으로 하면 표를 샀다고나 할까요. 그러니 진정한 비움을 실천하시란 말입니다. 물론 카르텔이 끈끈하게 얽혀있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만 님의 독선과 고집이라면 <그까이꺼> 못하겠습니까. 그 방법요? 저 위 영화 이야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