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마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암담하기 그지없다.
실제 MB집권 이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인권은 철저하게 훼손당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학술단체협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지난 2월에 발간한 백서 ‘무너진 인권과 민주주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묵살·배제시키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백서는 구체적인 사례로 시국선언 교사 징계와 일제고사 거부 교사 해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한국노동연구원장 등이 현 정부와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퇴를 강요당하고 진보적 학자들에 대한 연구 지원이 중단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오죽하면 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지난해 청와대에 보낸 서신을 통해 한국의 인권상황과 민주화가 실추된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건 약과다.
MB정부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같은 돌발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 등에 올라온 글에 대해 곧바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한마디로 '사회교란 목적'이란 일방적 잣대를 들이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조차 생략한 채 사실상 사전검열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겨레신문> 23일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21일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포털업체들로 하여금 게시판이나 카페·블로그에 올려진 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이 허위라고 신고한 글은 방통심의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
뿐만 아니라 방통위는 이미 인터넷자율정책기구 및 포털업체 관계자들과 매뉴얼에 대한 협의까지 마쳤다고 한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사회교란 목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는 명백한 허위사실과 유언비어에 대한 민간의 자율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자율심의’가 아니라, ‘강제삭제’로 바뀐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런 매뉴얼 제정에 대해 “단지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제한적 조처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방통위 관계자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태 때 '예비군 동원령 발령'이란 허위 내용의 유언비어가 인터넷 게시판과 이동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퍼져 사회불안을 증폭시킨 것과 같은 상황 발생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는 것"이라며 "긴장상황 때 정부기관이 명백한 허위라고 신고한 글에 대해서만 심의 없이 삭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긴장상황’이라는 잣대가 없다는 게 문제다.
또 ‘사회교란’이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즉 어떤 상황을 긴장상황으로 볼 것인지, 또 어떤 내용의 글을 사회교란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잣대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현 정권의 입맛대로 ‘긴장상황’을 멋대로 설정할 수도 있고, 입맛에 따라 글을 마음대로 삭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사이버 긴급조치’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연평도 사격훈련을 강행한 것이나, 애기봉 등탑 점화를 강행한 것도 모두 의도적으로 ‘긴장상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특히 조기 레임덕을 피하고, 여권 내 대권 후보를 자기 마음대로 만들어 보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를 반대하는 사이버 여론을 잠재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사이버 상에는 무수히 많은 정치논객들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입을 일일이 틀어막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거니와, 그런 시도 자체가 논개들로 하여금 더 큰 반발을 초래할 뿐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고하거니와 네티즌의 입을 봉쇄하려는 어떤 시도도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