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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사격훈련을 강행했습니다. 국민과 주변국의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지스함과 F-15K 등 첨단무기를 동원해 후방 시위를 벌이며 재개한 사격훈련이 끝난 후 MB는‘기싸움’에서 이겼다고 판단하고 어쩌면 구겨진 자존심을 세웠다고 흡족해할 것입니다.
MB는 북한이 국지적 도발을 하면 첨단장비로 타격해 본때를 보이거나, 기가 죽으면 기세를 올리겠다는, 두 가지 계산을 깔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일일이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조롱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벼랑끝 전술’의 다른 형태입니다. ‘벼랑끝 전술’은 ‘우리와 협상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우리는 막 간다’그러므로 ‘함부로 건들지 마라’라는, 말 그대로 벼랑으로 떨어지느니 누구든 물고 함께 떨어지겠다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미사일 발사나 핵무기 실험 등의 전술을 구사해 체제 안정을 꾀했으나 MB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예상과는 달리 계속 강경한 대응을 보이자 구사한 것이 연평도 포격입니다.
인구 밀집지역이 아닌 연평도를 북한이 포격한 이유는 ‘전선이 확대되지 않을 만큼 따끔하게 찌르되 피해는 최소화하고 그 효과는 극대화하자’는 계산을 깔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국은 ‘리처드슨’을 보내 북한과 협상을 벌여 ‘국제 원자력 기구 사찰단 북한 복귀’와 ‘핵 연료봉 방출’에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고 UN안보리가 긴급히 소집될 정도로 한반도 정세를 세계적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MB는 무엇을 했습니까. 미 항모를 구걸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며 ‘우리 뒤엔 미국 형님이 있다’고 국제적 허풍을 떨었고 우리 군이 가진 첨단장비의 화력을 보란 듯 신문 방송으로 과시하면서 뒤로는 MB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를 가리고 ‘형님예산’, ‘마누라 예산’, ‘4대강 죽이기 예산’, ‘빈곤층 죽이기 예산’으로 불리는 내년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사격훈련을 재개해 비판여론 잠재우기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북한은 계속 남한의 약을 올려 남한의 감정만 부추겨 사격훈련이 끝나자 ‘일일이 대응할 가치 없다’며 상황을 매듭지었습니다. 빗대어 말하면 ‘우리 목적을 달성했으니 너랑 안 놀아’이런 셈입니다. 우리 군이 초긴장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좀도둑도 한 번 턴 집은 당분간 노리지 않습니다.
사격 훈련이 끝나자 신문 방송은 첨단 무기를 과시하며 은근히 ‘강하게 나가자 북한이 꼬랑지를 내렸다’는 투의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소련은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목소리를 내고 돌아서서 키득거리고, 미국은 대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속으로 웃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 기사는 보이지 않네요.
전략으로나 전술로나 MB는 북한에게 졌습니다. 아니, MB의 얄팍한 수로는 이길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북정책의 기조가 처음부터 잘못 설정되었고 주변 4강과의 외교 또한 망신을 거듭하다 ‘천안함 사태’를 수습하는 일에서도 국제적 신뢰를 받지 못한 마당에 이렇게 큰 국제적 이슈를 감당할 능력과 풀어갈 혜안이 MB에겐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국제 정세를 읽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도 없이 허둥대면서도 정권의 이익은 확실히 챙기는 삽질은 2년 더 계속됩니다. 허풍, 그 뒤의 결과가 참으로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