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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엔 실지렁이 용은 강남금밭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인정할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비록 학습방법이 창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시험위주의 암기식,주입식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교육에 대한 열의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게 사실이다. 잘살든 못살든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자식교육에 인생을 걸만큼 아낌없이 희생한다.
부모들이 이처럼 자식교육을 위해 모든걸 바쳐 올인하는 것은 자식이 자신보다는 나은 인생,사회와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기대감때문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속에서 낙오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도 마음만 가지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투자 한만큼 효과가 나타나는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이 교육현장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비 투자 정도에 따라 자녀교육의 성패가 결정되는 금밭에서 용나는 세상에서 돈없이 성공적인 자녀교육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호구지책에 급급한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던 사교육 해방구,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녀의 학구열 여하에 따라서는 각고의 형설지공 끝에 개천에서 용나는 인간승리,신화창조가 가능했고 실제 그러한 사례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학력,실력위주의 경쟁체제로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교육현장 또한 치열한 학력경쟁을 불렀고 이러한 과열경쟁은 대한민국을 사교육 천국으로 만들었다. 돈이 성적과 학력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사교육에 의한 금밭에서 용만들기식 교육성공은 출세와 부의 대물림을 보장하는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가난의 대물림 심화시키는 교육 불평등
3월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대졸이상 학력을 가진 도시 근로자 가구주는 고졸출신 가구주에 비해 근로소득이 60%이상 높은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5년간 소득 증가율 역시 고졸출신이 22.7%를 기록한데 반해 대졸출신은 41%의 소득 증가율을 기록,고졸출신과 대졸출신간 소득격차가 2003년 1.51배에서 1.61배로 벌어졌다.
구체적으로 2008년 월평균 근로소득이 고졸출신 233만5277원,대졸이상 학력자는 고졸출신의 1.61배인 376만7077원이었으므로 1년동안 대졸이상 가구주가 1700만원 정도를 더 벌어 들였음을 알수있다. 이처럼 학력간 소득격차는 사교육비 격차확대로 이어졌다. 2008년 대졸이상 가구주가 자녀교육비로 월평균 48만919원을 지출한 반면 고졸이상 가구주는 28만8942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비 지출 격차도 소득격차와 비슷하게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부의 양극화가 최악의 교육 양극화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진 사람들은 고액과외,조기유학,영어연수등 천문학적인 교육비를 투자하여 외국어고,과학고,자사고등 특수목적고를 거쳐, 국내외 명문대에 자녀를 진학시켜 자녀에게 권력과 부를 대물림,사회지배 세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반면에 빈곤 서민층은 사교육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공교육마저 제대로 시키지 못해 빈곤을 대물림시키고 자녀를 인생,사회 낙오자로 만들고 있다.
최악의 경제국난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7월 현재 돈이없어 수업료를 못내는 고교생이 전국적으로 3만4199명으로 2008년 2월1만3012명에 비해 무려 2.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비를 못내 학교를 그만두고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층 자녀들도 2배나 늘었다고 한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온 아버지의 일거리가 끊기자 학교를 포기하고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키워주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등록금과 급식비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학교를 자퇴한 학생등 경제위기,빈곤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한 저소득층 자녀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소한의 공교육 기회마저 저소득 서민층 자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어가고 있는것이다.
개천 오두막집에서 용이 날수없는 사교육 양극화
이러한 교육의 양극화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그러나 집권 1년동안 사교육비가 줄어 들기는 커녕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오히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27일 교육과학 기술부가 통계청과 함께 전국 273개 초중고 학부모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 사교육비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사교육비 총규모는 20조9000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4.3%증가 하였으며 이는 정부의 교육재정 총예산 40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5.0% 증가하였으며 교과별로는 영어가 7만6000원으로 11.8%,수학은 6만2000원으로 8.8%,국어는 2만3000원으로 4.5%늘어나 국.영.수 세과목이 사교육비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 사교육비의 폭발적 증가는 이명박 정부의 몰입식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별로는 7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계층이 47만4000원을 사교육비로 쓴데 반해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5만4000원을 지출한데 그쳐 사교육비 지출격차가 8.8배,고교생의 경우는 무려 11.2%에 달해 성적 상위 10%이내 학생은 하위 20%이내 학생보다 2.4배 사교육비를 더 쓴것으로 나타나 돈을 투자한 만큼 성적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있다.
올해 2009년 1/4분기 계층간 교육비 지출도 격차가 더 벌어진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상위 20%(5분위)가구는 월평균 교육비로 71만 5308원을 지출해 소득 하위 20%가구(1분위)가 쓴 16만 5842원보다 무려 4.31배가 많았다.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3.92배보다 훨씬 높은수치다.이기간중 상위 20%가구는 지난해에 비해 교육비가 6.0%증가한 반면 하위 20%가구는 오히려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기숙형 공립고를 늘리겠다며 충북괴산고 찾아 학생들과 하트쇼를 하고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신입생을 선발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오히려 강남지역에 학원이 두배로 늘고 사교육비 또한 1/4분기에 이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다.강남지역 영어유치원 학원비가 월 백만원을 넘어선게 이명박정권 교육현실이다.
이와같이 사교육 양극화 심화현상이 고착될 경우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강남을 중심으로 고소득 금밭가정에서만 용이 속출하고 저소득 개천 오두막집에서 용이나는 신화는 영영 기대할 수 없을것 같다. 가뭄에 콩나듯 이무기 정도라도 나타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지렁이도 못된 학력과 가난을 천형처럼 대물림 받은 실지렁이들만 개천을 허우적 거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처럼 금밭에서 용나고 개천에서 나는건 미꾸라지나 실지렁이만 난다는 사실이 실제 증명이되고 있다.4월19일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이 집값이 소위 최고 명문대라는 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3개 대학 진학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232개 지자체 가운데 강남구가 8.95%로 1위,서초구가 8.82%로 3위,과천시가 8.55%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소위 강남3구의 경우 고3 학생 비율이 전국 3.5%에 불과한데도 지난 3년간 SKY합격자가 13.1%에 달해 역시 집값이 비싼 부자촌에서 용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농업이 천하지대본이라 한다면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이 이처럼 양극화 속에서 파탄을 면치 못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것이란건 불을보듯 뻔하다.
공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