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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쌍용 자동차 사태가 노사간 대화가 단절된 상태로 전자총까지 사용하는 경찰의 강제진압을 앞두고 있다. 과연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만이 해결책인가?
쌍용 자동차 사태의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하는가?
쌍용차 사태는, 정부와 채권단이 천 여명의 노동자를 쫓아내려 하면서 시작됐다.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쌍용차는 누가 보더라도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 보인다. 쌍용차의 6월 내수판매는 전년동기대비 -89.6% 감소했고 수출은 -99.6%가 줄었다. 그렇지만 쌍용차의 몰락이 노조 때문은 아니다. 또 쌍용차의 파산 가능성이 회자된 게 몇 일 전, 몇 달 전의 일도 아니다.
98년 쌍용그룹 부도 이후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쌍용차가 지금같지는 않았다. 대우그룹에서 지난 2000년 분리된 이후
쌍용차는 완전히 정상화되어 2001년부터 3년 연속 3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현대와 기아차를 앞지를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쌍용차에 최종선고를 내린 것 뿐이다.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인수된 2005년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이었고, 작년 초부터 업계에서는 부도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국민들로부터 이번 사태의 원흉 취급을 받고 있는
상하이차는, 우량기업이던 쌍용차를 불과 4년 만에 껍데기만 남겨놨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1-2년 마다 신차종을 개발해야 유지될 수 있는 게 완성차업체인데, 2004년 이후로 신차 개발은 없었다.
인수 당시에 맺은 중국내 공장건설, 연간 3천억 규모의 투자 등 특별협약은 유야무야 됐다. 상하이차는 오히려 자체 모델인 '로웨(Rowoe)' 등의 판매를 잠식할까봐 중국 공장건설을 막았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인수 전(2003년 9.5%)과 비교해 1/3 수준(2008년 3.4%)으로 추락했다.
반면 상하이차는 사내 전산망 통합과 연구소 통합 등으로 쌍용차의 기술을 쉽게 이전해 갈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하이차가 기술개발 측면에서 10배 이상의 장사를 했다고 설명한다. 통상 신차개발에 드는 비용은 3천억 가량인데, 상하이차는 신차 2대를 개발하는 비용(5천 9백억)으로 쌍용차를 인수했다. 그리고 SUV 전 차종과 체어맨, 커먼레일 엔진, 하이브리드자동차 기술을 흡수한 것이다. 기술 이전이 끝났으니 쌍용차 파산 여부는 상하이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2004년 노무현정부시절에도 쌍용차노조는 상하이차 매각에 반발하며 파업을 벌였다. 당시에도 노조를 비난하며 상하이차 매각을 환영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었다.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은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를 거론하며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실적이 1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정부의 강력한 외자유치 노력과 대형 프로젝트 성사가 주요 요인"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6월 중순 범대위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상하이자동차에 쌍용차를 매각하여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을 빼가게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70%였다. 반면 '회사가 어려운데 파업을 하는 노동자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은 17.6%에 불과했다. 이번 이명박 정부도 쌍용차 회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경쟁력이 떨어지는 쌍용자동차의 생존 가능성도 대단히 낮다고 보고 있다"며 "회생 여부는 법원이 전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노사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 20일 구사대와 함께 공장에 진입해 화학물질을 뿌리고 테이저건을 쏘고 있는 건 다름아닌 경찰이다.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쌍용차의 위기다. 그러니까
쌍용차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공권력은 투입하되 공적자금은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앞날과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가 알아서 정리될 때까지.
이런 태도는 GM과 크라이슬러, 르노와 푸조, 볼보와 사브, 오펠, 치루이 등 완성차업체들이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는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지원은 자동차 산업의 막대한 산업연관효과와 고용창출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당초 쌍용차 파산을 목표에 두고, 노조와의 대치를 장기화하면서 그 책임을 노조로 떠넘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불개입적 태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논리로만 보자면 파산하는 게 낫다"며 "쌍용차의 파산이 현대와 삼성차의 생산설비과잉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권단도 사실상 손을 뗏다. 쌍용차의 채권단은 크게 산업은행과 '쌍용차협동회'로 나뉜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작용하는 산업은행의 경우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다. 2005년 1월 상하이차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4,2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지원받아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자산이전 또는 매각 시 사전동의' 등의 특별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2006년 7월 이 4,200억원을 변제하면서 기술유출 등을 막을 수 있는 특약에서 벗어났는데, 이 때 산업은행이 2700억의 금융지원을 했다.
국책은행이 앞장서서 상하이차의 '먹튀'를 도와준 격이다. 지금도 산업은행은 오직 투자자금 회수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6월 11일 "쌍용차의 독자생존이 바람직하지만, 독자생존이 어렵다면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경영자들의 모임인 '협동회 채권단'도 오는 8월 1일로 법원에 조기 파산을 요청하고 노사 양쪽에 1천억원의 손배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빠른 파산 처리로 '뉴쌍용'을 만든다면 거의 1년 동안 납품 대금도 제대로 못받고 버텨온 협력업체들의 이탈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서는 파산을 하든 회생으로 가든 별 차이가 없다"라며 "어차피 매각을 할 거라면 노조 문제는 처리하고 가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하이차는 한국이 자신들에게 '비이성적인 비난을 퍼붓는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또한
정부는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협동회 채권단은 '정치 투쟁 때문에 실업자가 양산되면 안 된다'며 파업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노동자 살리기도 아닐 뿐더러 쌍용차 살리기도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파산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애당초 쌍용차를 살린다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을 생업(生業)에서 쫓아내겠다는 것도 부조리지만, 이윤을 좇는 자본주의가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쌍용차를 파산으로 몰아가는 몽니는 상하이차와 정부, 채권단의 몫이다.
이번에도 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이 모든 대가를 치르는 방식으로 극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자본이 해 먹고 노동자가 책임을 지는 소위 '회생'(?) 과정에서, 벌써 6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자살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했다. 지금도 쌍용차에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