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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가파르바트에서 장렬히 산화한 철녀 고미영
여성 산악인 고(故) 고미영(41.코오롱 스포츠) 대장이 7월21일 영결식을 끝으로 못다오른 히말라야 고봉 3개를 뒤로한채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났다. 고미영 대장은 7월11일 히말라야 14좌 봉우리 등정 도전 가운데 열한번째인 낭가파르바트(해발8126미터)를 성공리에 등정하고 캠프3에서 캠프2로 하산하는 길에 실족,추락하여 유명을 달리하였다.
장렬한 산화로 히말라야 설산에 완등 꿈을 묻고 떠난 고미영 대장은 그동안 세계 최초 여성 산악인 히말라야 14좌 등정 기록을 세우기 위해 오은선(43,블랙야크) 대장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한국 여성 산악계를 대표하는 쌍두마차였던 오은선 대장과 고미영 대장은 산악등반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북출신이다. 오은선 대장이 전북 남원출신이고 고미영 대장은 전북 부안이 고향이다.
두사람은 지난 6월초까지 12개봉을 정복한 오스트리아의 게를린데 칼텐부르너(39)와 스페인 출신의 두르네 파사반(36),그리고 11개봉 등정에 성공한 이탈리아 출신의 니베스 메로이(48)를 따라 잡은후 마지막 안나푸르나 봉을 손잡고 동시 등정하는 것으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사상 최초이자 여성 산악인 동시 완등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기 위해 1997년 부터 14좌 등정에 도전하여 지난 6월까지 11개봉을 점령함으로써 앞서 나가있던 오은선 대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2006년 등정에 나서 기록상 뒤쳐져 있던 고미영 대장은 금년들어 가속도를 붙여 지난 5월과 6월 마칼루와 칸첸중가,다울라기리등 3개봉을 연거푸 오른데 이어 11번째 낭가파르바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산악인들의 꿈,마의 히말라야 14좌
이번 고미영 대장을 비롯하여 그동안 수많은 남여 산악 등반가들의 목숨을 앗아간 히말라야 14좌는 네팔,중국,인도,파키스탄 4개국에 걸쳐있다.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에 솟아있는 해발 8000미터가 넘는 봉우리 14개를 말한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8848미터 높이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네팔/중국)이며 두번째는 케이투(파키스탄/중국)로 8,611미터다. 세번째가 8586미터의 칸첸중가(네팔/인도),네번째 8511미터의 로체(네팔/중국),다섯번째 8463미터의 마칼루(네팔/중국),여섯번째 8201미터의 초오유(네팔/중국),일곱번째 8167미터의 다울라기리(네팔),여덟번째, 8163미터의 마나슬루(네팔),아홉번째 고미영 대장이 사고를 당한 8125미터의 낭가파르바트(파키스탄),열번째 8091미터의 안나푸르나(네팔),열한번째 8068미터의 가셔브룸 1봉(파키스탄/중국),열두번째 8047미터의 브로드 피크(파키스탄/중국),열세번째 8035미터의 가셔브롬 2봉(파키스탄/중국),그리고 마지막 열네번째 봉우리가 8012미터의 시샤팡마(중국)다.여기에 칸첸중가 서봉으로 8505미터의 얄룽캉(네팔)과 로체동봉으로 8400미터의 로체샤르(네팔/중국) 봉 2개를 더해 히말라야 16좌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은 여성 산악인은 아직 없고 남자 산악인만 16명이다. 이가운데 엄흥길(2000년),박영석(2001년),한왕용 (2003년) 대장등 완등에 성공한 우리나라 산악인 3명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무수한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도전하였지만 완등에 성공한 사람이 16명에 불과한데서 알수있듯이 14좌는 말그대로 쉽게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죽음의 산이다.
내로라 하는 산악인들이 암벽에서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고 눈사태에 묻히거나 갈라진 얼음계곡 크로바스에 떨어져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산소결핍,돌풍,추위 때문에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다. 강철체력,강인한 의지,등정기술과 경험없이 등정에 도전하는건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게 히말라야 14좌등정이다.
고미영 대장 산화를 애도하고 오은선 대장의 14좌 완등을 성원한다.
이처럼 남자 산악등반 전문가도 성공하기 어려운 히말라야 고봉을 여자의 몸으로 무려 에베레스트를 포함 10개 넘게 봉우리를 정복했다는건 인간승리 그자체라도 과언이 아니다. 오은선,고미영 대장을 철녀(鐵女)요,한국 여성 산악계의 영웅이라 부르는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고미영 대장의 추락사가 알려지면서 한국 산악계는 물론 모든 국민이 여성 산악계의 큰별이 떨어졌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승에서 못다 이룬꿈 저승에서라도 이루길 빌며 영면에 들길 기원하였다. 한편으로 고미영 대장을 아끼는 마음에서 한두달 만에 서너개 봉우리를 연거푸 오르는 과욕,소속사간 과열경쟁,헬기이동과 지나친 셰르파 의존,안전위주 루트 이용등 등정성공에 집착하는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더이상 아까운 산악인의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틀린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고미영 대장의 완등 의욕과 오은선 대장과의 아름다운 경쟁을 탓할수는 없다. 군인은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는게 최고의 영광이고 선생은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쓰러져 운명하는걸 최고의 스승상으로 우러르듯이 산악인도 등정 도중에 불가항력적 상황을 만나 죽음을 맞았다면 이또한 얼마나 영광스런 죽음이겠는가.
고미영 대장이 열세번째 봉우리까지 등정에 성공하여 오은선 대장과 손잡고 마지막 14좌인 안나푸르나봉을 동시 완등하여 한국 여성 산악 쌍두마차의 이름을 세계 만방에 떨쳤으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꿈을 이루지 못하고 낭가파르바트 천길 절벽에서 꽃잎처럼 떨어져 갔지만 철녀 고미영 대장이 빛낸 한국 여성의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은 도전정신과 강인한 의지는 한국은 물론 세계 여성산악 등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제 고미영 대장이 못다 이룬꿈은 오은선 대장의 두어깨에 달려있다.고미영대장을 잃은 슬픔을 딛고 14좌중 아직 오르지 못한 가셔브롬1봉과 안나푸르나 봉을 성공리에 등정하여 고미영 대장이 평안하게 영면에 들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거듭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에 한떨기 꽃으로 장렬히 산화한 고미영 대장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오은선 대장이 고미영 대장의 몫을 합쳐 반드시,꼭 성공적으로 히말라야 14좌를 정복하여 한국 철녀의 존성대명을 세계 만방에 떨쳐주길 성원하고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