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유시민다웠다. 분열주의와 기회주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참여정부 핵심가치라 할 수 있는 “진정성”과 배치되는 참여정부 핵심인사 유시민 후보의 손 내밀기는 뻔뻔스럽다 못해 처연하였다. 모 어용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유시민 후보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라 하는 권노갑 전 의원에게 자신의 선대본부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에 권노갑 전 의원은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니 열심히 하세요”라는 일련의 덕담으로 거부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권 전 의원이 누구인가. 한 평생을 김 전 대통령과 사선을 넘었던 정치적 동지이자 최측근이 아닌가. 틈만 나면 김 전 대통령을 폄훼해왔던 유시민 후보가 뼈저린 반성 없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상식 밖이 아닐 수 없다.
역시 통념을 깨는 유시민 후보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을 염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좌절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사면초가로 기댈 곳이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이 유시민 전 장관과 보조를 같이 하면서 일그러진 참여정부로 가속화 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이 된다. 퇴임 후 오죽하면 강의나 하고 정치를 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겠는가 말이다.
나는 며칠 전 유시민 후보에게 제안을 하였다. “유시민 후보는 과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하야를 말했었다. 그 망언에 대한 사과가 첫 번째이다. 둘째로 민주당을 비난한 발언에 대한 사과이다. 셋째, 선거 후 민주당과 국참당의 합당을 조건 없이 추진하고 복당한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끝으로 경기지사 당선 후 대선출마는 없다고 공표해야 한다.”고 말이다.
성공의 열쇠를 손에 쥐어 주었지만 유시민 후보는 일말의 반성의 변도 없이 권노갑 전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이 때다 싶어 하이에나처럼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유 후보는 틈만 나면 DJ와 민주당을 향해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0%다'라고 고춧가루를 뿌렸다. 또 DJ가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에 대해선 '곧 망할 정당'이라고 막말 비난을 했다"
"유 후보는 2002년 8월1일 한 인터뷰에선 '무슨 부귀영화를 더 누리고 무슨 애국을 더 한다고 지금 청와대에 있는 겁니까'라며 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한 일도 있다"며 "2004년 한 대학 강연에서도 DJ를 향해 '자기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비정상적 인간'이라며 '고려장을 지내야 하는 고리타분한 구세대'라고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2년 8월 대구 노사모 상대의 강연에서 '누가 지금의 정부를 국민의 정부라고 하겠는가?'라며 '민주당이 깨지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서 굉장히 축하할 일이다'고 비난했다"며 "또 열흘쯤 뒤 국민토론회에선 민주당을 부패정당, 낡은 정당, 분열정당이라고 낙인찍었다“며 맹비난을 하였다.
유시민 후보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후보 지지세력 일명 유빠들은 비난하는 댓글에 게거품을 물며 비난하는 댓글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들어 측은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남 탓하는 사람치고 올바른 사람 없다는 경구를 되새기게 하였다.
선출직에 나선 후보자들은 무대 위에 오른 배우와 다름없다. 막이 내릴 때까지 연기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대 위에 오른 유시민 후보는 권노갑 전 의원에게 “도와주세요. 저 좀 살려주십시오.”라고 읍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지사는 송두리 채 빼버리고 말이다. 유시민답다고 밖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유시민 후보이다.
유시민 적극 돕겠다는 정세균 대표ⓒ 뉴시스
유시민 후보는 유시민다웠고 정세균 대표는 정세균다웠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의 뜻과는 다르지만 역시 친노다웠다고 할 수 있다. 정세균 대표는 당내 구민주당 및 동교동 인사들을 “초록물결 유세단”이라는 조직에 배치하였다. 문희상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박상천, 김충조, 박선숙, 신낙균, 이석현, 유선호 의원 등으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호남 향우회와 유시민, 유시민과 이휘호 여사를 연결시키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니 어찌 딱하다하지 않겠는가. 호남사람은 물론 전통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시적 반성 없는 유시민 후보를 야권 단일화 후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나름 상징성 있는 인사들을 동원한다고 해서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자체가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유시민 후보에 정세균 대표라 하겠다.
진정성 없는 당선이 승리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활개를 치는 한 민주주의는 멀고 먼 송바강 일 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꿩 잡는 게 매라는 식의 선거문화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혹세무민하는 정치권의 감언이설에 움직이고 동조하는 국민은 그들의 영원한 노예가 된다는 것을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
내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한다. 금세기 어느 나라나 공과가 없는 역대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보자면 노 전 대통령은 공과가 극명한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다. 노동자들을 위해서 핏발을 세웠던 인권 변호사에서 요트를 즐겼던 웰빙 변호사까지. 폐가망신을 주장하였던 대통령에서 폐족의 길을 걸었던 대통령으로.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성공과 좌절”의 역사를 썼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과 상식은 사후에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노무현 정신에 반하는 노무현 동지들의 역행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고 반면교사하며 노무현 정신을 승화시키지 못하는 노무현 측근들의 굴절된 행보가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시민 후보와 정세균 대표는 진정한 친노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진정한 반노가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은 유시민 후보와 정세균 대표의 행보에 동조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비명횡사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전에 “사람 사는 세상”의 “경우와 상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올린다.